* 자꾸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게 돼서, 더욱이 굳이 반복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이야기들을 반복하게 돼서 좀 지겨운 생각이 드는군요. 이런 이야기는 이제 이 답변으로 끝날 수 있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여름아이 님께 답장을 드립니다.
여름아이 님이 정말 답답하신가 봅니다. 그렇지만 답답하면 답답할수록 사태를 좀더 정확히 인식하도록 노력하는 게 필요할 듯합니다.
우선 저는 민노당 당원도 지지자도 아닙니다. 다만 파병철회라는 쟁점(및 기타 몇 가지 다른 쟁점)과 관련하여 민노당, 또는 그 중 일부 분파들의 입장과 비슷한 입장을 갖고 있을 뿐이지요. 그러니 지지율 하락에 관한 민노당의 생각을 보시려면 [진보누리]라는 사이트에 들어가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마침 이 문제에 관한 글도 하나 올라와 있더군요.
그리고 제 기억으로는 제가 '열우당을 까는 데' 그렇게 열을 올린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고작 지난 총선 때 "민노당으로 가는 건 다 사표다"라는 유시민의 발언에 대해 덧글을 하나 붙인 적이 있고, 얼마전 유시민의 연구회 명칭 도용과 관련된 글을 퍼온 적이 있고, 지금 유시민의 [반성문]에 대해 단상을 하나 쓴 게 전부 아닌가요? 아, 지난 번에 [노무현 정권의 생명은 사실상 끝났다]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지요. 그런데 그건 까는 거하곤 좀 다른 것 같은데 ...
민노당 지지자들 중에서 '열우당을 까는 데' 열을 올리는 이들이 있다는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는 세 가지 측면을 지니고 있는 듯합니다. 첫째, 열우당이 현재 집권당인데, '개혁정당'으로서(이게 무슨 뜻인지는 열우당이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할 텐데요) 열우당의 정책이 실제로 이전의 집권당이었던 한나라당의 정책과 별 차이가 없지 않느냐, 개혁을 표방하면서 너희가 그럴 수 있느냐 하는 측면이 있겠지요. 둘째, 하나의 정당으로서, 또는 정당의 지지자로서 라이벌 정당의 약화나 분열을 원하는 측면이 있겠지요. 그럴수록 열우당의 지지자들, 적어도 가장 개혁적인 지지자들은 민노당으로 지지정당을 바꿀 확률이 높을 테니까요. 셋째, 열우당 지지자들과 반사적인 상호비방의 악순환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이런 악순환의 근본적인 도화선을 제공해준 건 제가 보기에는 특히 유시민 같은 사람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이 세 가지 측면 중 저는 첫번째 측면의 비판에 공감하는 편입니다. 몇 개의 글을 쓴 것도 이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그랬던 거고요. 두번째 측면이야 정당이나 정당의 지지자들로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잘했다는 말이 아니라, 정당이나 정당의 지지자들로서는 다른 정당의 약점을 공격함으로써 자신의 정당의 지지도를 높이고 싶어하는 게 당연한 욕구일 거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세번째의 경우 지지자들 중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는데 비합리적이고 모욕적인 언사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해도 그걸 모두 통제하기는 어렵겠지요. 물론 저야 좌파 정당을 지향하고, 또 좌파적인 성향을 갖춘 지지자들이 그런 식의 행태를 보이는 건 곤란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민노당의 구성이나 성향을 본다면, 그런 걸 모두 통제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열우당이 개혁정당이라면, 파병철회와 같은 문제에서, 더군다나 자국민이 파병도 하기 전에 목숨을 잃은 상황에서, 그것도 대통령의 파병강행 선언이 주요 빌미를 제공해준 상황에서는 적어도 당 내부에서 전향적인 토론과 논쟁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너무 실망스럽다는 점입니다. 더욱이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열우당은 틈만 나면 [조선] [동아] 같은([중앙]은 자주 빠지더군요) 수구언론을 비판하는 데도 불구하고, 중요한 정책들에서는 양자가 멋진 화음을 이룬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한나라당이나 [조선] [동아]와 세우고 있는 대립각이 지지자들을 묶어보기 위한 술수에 불과하다고 본다고 해서 이상할 게 없지요.
여름아이 님은 또 "민노당이 더 잘해서 열우당이 교정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가"라고 질문하셨습니다. 제가 보기에 민노당은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열우당의 정책, 특히 파병정책을 교정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 같은데, 여름아이 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문제가 있다면, 겨우 10여명의 의원을 지니고 있어서 원내 교섭단체에도 끼지 못해 정책토론이나 결정에서 영향력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겠지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열우당은 150석이 넘는 거대정당이고 집권당입니다. 열우당은 평화개혁정당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있지만, 현재 열우당의 행태가 이 타이틀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시진 않겠지요. 저는 열우당이 독점자본의 폐해를 규제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정책을 수수방관하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평화개혁정당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다면, 또 그 때문에 열우당을 지지했고,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탄핵으로부터 구하고 열우당을 과반수 정당으로 만들었다면, 열우당이나 열우당 지지자들이 그만한 정치적 책임은 져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묻는 겁니다. 과반수 집권당을 만들어놓고 실제로는 수구세력과 다를 바 없는 정책을 추진하는 데도, 그럴 줄 몰랐다, 실망이다, 환멸이다, 이런 말만 하고 끝난다면, 또는 더 나쁜 경우, 그래도 수구세력과는 다르지 않느냐라고 말한다면, 270석이 넘는 거대 의석과 대통령의 정책을 무엇으로 견제할 수 있겠습니까? 바로 이런 의미에서 열우당을 지지했고 또 지지하는 분들이 열우당을 교정하고 변화시키려고 나서지 않는 한, 사태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만약 이대로 파병이 된다면(지금 상태로 보면 거의 돌이킬 수 없는 사실 같은데), 노무현 정권은 훨씬 더 강력한 저항과 비판에 부딪칠 것입니다. 그러면 노무현 정권과 열우당을 지지하는 분들은 어떻게 될까요? 더욱 더 노무현 보위쪽으로 쏠리게 되겠지요. 그렇게 되면 노무현 정권의 정책들을 합리적으로 교정할 수 있는 여지는 더욱 줄어들 테고, 노무현 정권과 수구세력의 객관적 동맹은 더욱 더 강화되겠지요. 바로 이 때문에 노무현 정권을 지지하는 분들이 노무현 정권에 맞서 비판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던 겁니다. 아직까지는 그런 모습이 많이 보이지 않고 있지만 ...
마지막으로 여름아이 님은 "진보주의자들에게 실망한 측면이 많다"고 하셨는데, 어떤 점에서 그러셨는지 궁금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