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파병할 능력이 있는가

 

김선일씨의 피살사건은 우리에게 외교안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나아가서 3천여명의 이라크 추가 파병을 앞두고 있는 정부가 과연 현지 정지작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이라크 파병으로 한국은 이라크 침략전쟁의 소용돌이속으로 빠져들어감을 의미한다. 교민 한사람의 실종사실조차 20여일 동안이나 파악할 능력이 없는 정부가 과연 이 소용돌이 속에서 위기국면을 제대로 관리할 능력이 있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파병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서 현실적으로 과연 우리가 그렇게 많은 병력을 파병할 능력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전정지작업 부실뿐만 아니라 김씨 피살사건은 추가파병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한지 1년이 다되가지만 주무부서인 국방부를 비롯해 국정원, 외교부 등 관련부서가 현지의 정확한 정세파악에 필수적인 정보수집 네트워크를 전혀 구축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파병을 그토록 열망했던 국방부가 실제로 그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해외정보수집에 역점을 두겠다는 국정원은 이라크 현지 정보수집망을 확보한 것인지에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중동지역은 이라크 분쟁을 떠나서도 한국이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석유공급의 확보라는 국가의 사활적 이해관계가 걸린 지역이다. 따라서 국정원이 이 지역에 정보수집 네크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과제이다. 하지만 국정원은 현지 대사관에 불과 2명의 요원을 파견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그리고 활동도 미미했다. 정보 관계자들은 박정희 정권 때에도 이보다 수십배 많은 정보요원들을 파견해 정보수집 활동을 벌였다고 한다.

외교안부정책을 총괄조정토록돼 있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역시 무력한 한계를 드러냈다. 노무현 대통령의 외교안보정책을 사실상 전담보좌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가 파병이후 벌이질지도 모르는 여러가지 현실적 문제들에 주도면밀하게 점검했다는 흔적을 찾기 힘들다.

파병에 관한 한 정부당국만이 허술했던 것이 아니다. 추가 파병문제를 둘러싸고 정치권의 논의 역시 “파병을 해야한다” “하면 안된다”는 수준에서 그치고 말았다. 아마도 정치권이 보다 구체적으로 파병관련 준비태세를 추궁했다면 결과는 달랐을지 모른다.

이라크 파병의 정당성 여부는 제쳐두고, 한미군사동맹의 유지여부, 북한핵문제, 동북아시아의 안보 환경 등 여러 복잡한 요인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그렇게 많은 병력을 파견해야 하는지도 납득하기 힘들다. 이라크에 1천여명의 자위대 병력을 파병한 일본의 경우는 한국에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일본은 파병결정에 앞서 수십회에 걸친 자위대 조사단을 현지에 보내 현지 정세와 여건 등을 면밀히 살폈다. 그리고 국정원에 해당하는 내각정보조사실의 요원들도 대거 현지에 파견돼 정보수집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각종 민간단체들까지 나서서 이라크의 유력한 부족장들과 커넥션을 형성하는 등 전방위적 네트워크 구축에 총력을 벌이고 있다. 3명의 일본인 인질이 무사히 석방된 배경에는 이같은 노력이 기여한 바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은 또 경제적 실리까지 챙겼다. 일본은 파병의 대가로 지난 2월 20억달러를 투자해 추정 매장량 250억배럴로 중동 최대 유전의 하나로 평가되는 이란의 아자데간 유전 개발권 계약체결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미국은 핵무기 개발 의혹을 이유로 일본의 이란 아자데간 유전 투자을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해 왔으나 자위대 파병의 대가로 묵인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은 파병결정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부터 고맙다는 말은커녕 주한미군기지 이전협상에서 보듯이 일방적으로 무시당하고 있다. 그리고 이라크 전후 재건사업에서 파병국에 걸맞는 몫을 배당받을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다. 명분도 실리도 다 놓치고 있는 것이다.

장정수 편집부국장 jsj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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