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2004-06-25 14:26:14, Hit : 77, 추천 : 11)
제목: 민주노동당에게 김선일씨를 추모할 권리가 있는가?
* 노무현이 김선일씨를 죽였다.
김선일씨는 죽었다.
참수직전 마지막 유언에서 두 번이나 그 이름을 부르짖었던 '노무현'이라
는 사람의 무섭도록 차가운 외면이 이름도 생소한 곳에서 김선일씨의 목숨
을 잃게 만들었다.
누구는 외교부의 무능한 외교를 질타한다. 외교부의 책임선을 바꾸자고 한
다.
그러나 그들이 과연 무능한 것이었을까?
아니다. 대한민국 외교부는 정확하게 자신들의 임무를 훌륭하게 잘 수행했
다.
행여나 노무현 대통령과 대한민국의 최고 지도부는 외교부가 그 뛰어난 외
교력과 협상력을 발휘하여 김선일씨를 살리고 부시정권의 역린(逆鱗)을 건
드릴 파병관련 실수나 하지 않을까 걱정하여 피랍소식이 들려오자마자 하
늘이 두쪽나도 파병을 강행할 거라고 했다.
이런 판국에 외교부의 협상단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었을까?
오히려 외교부는 대통령과 최고지도부의 어명에 따라 훌륭하게 자신들의
책임을 다한 것이다.
그 책임은 김선일씨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었고 그의 죽음에도 불구하
고 대한민국의 정부는 부시정부가 11월 대통령선거에서 '결코 미국와 영국
만의 전쟁이 아닌, 국제적인 전쟁이다!'라는 억지주장을 폄으로써 재선의
기회를 노릴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의 대통령, 대한민국의 외교부는 매우 훌륭하게 자신
들이 하고자 했던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자국 국민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림으로써 대통령의 의중과 부시정권의
안위를 한꺼번에 고려한 외교부의 이 놀라운 능력앞에 굳이 정부의 '무
능'을 말하는 자들이 애써 외면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렇다. 파병철회만이 분명한 답인데 그 답을 피해 현 사태의 책임을 떠넘
길 대상을 굳이 찾으려하는 것이다.
열우당과 한나라당, 전쟁참여를 결정한 이 범죄집단들이 이구동성으로 외
교부를 질타하는 것은 87년 박종철을 죽인 군사정권의 천인공노할 짓들 말
단 경찰관 몇 명에게 떠넘겨 위기를 벗어나려 했던 때처럼 여론조작과 은
폐로 자신들의 손에 묻은 피를 지우려 하는 것일 뿐이다.
김선일씨는 죽었고, 그는 대한민국 노무현 정권의 확고한 정책에 따라 버
림받은 것일 뿐 협상을 잘해서 무사귀환될 수도 있었던 것이 아니다. 결
국 노무현이 그를 죽였다.
진실은 이것이다.
* 저열한 민족주의 발호를 막아야 한다.
스페인은 수백명의 사상자가 난 마드리드 열차폭탄테러 이후 온 국민의 요
구대로 철군을 했다. 그들은 복수를 이야기 하기 전에 잘못된 전쟁에 참전
을 결정한 자국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비난했고 정권교체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한국의 사정은 다르다.
50년 넘게 우리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반공주의와 남북대결주의는 저열한
수준의 민족주의와 집단적 공격성을 갖게 했고 성숙한 시민의식의 발전을
가로막았다. 우리에겐 오무전기 노동자와 김선일씨 몇 명의 죽음과 희생이
지만 이라크 민중에겐 수백만명의 사람들에게 지울수 없는 참혹함이 계속
되고 있고 우리나라 군대의 파병을 그들이 또다른 가해자의 등장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아니 오히려 이 사실을 왜곡하고 대이슬람 혐오주의, 대이라크 대결주의
를 부추기는 세력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저열한 민족주의를 부추기고 즐기는 세력의 핵심에는 노무현정권이 있
다.
그는 담화문에서 김선일씨 죽음의 책임을 '테러집단'에게 돌렸다. 그리고
응징을 다짐했다.
조중동과 각종 우익집단들은 때를 만난 듯 파병주장을 높이고 있다. 기껏
[한국전쟁당시 미국 보은론]이나 펼치던 것이 다였는데 성숙하지 못한 시
민의식을 이용해 저열한 민족주의를 대결주의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저열한 민족주의의 발호를 막아내는 것은 다름아닌 이번 김선일씨 죽음
으로 인한 분노와 투쟁의 칼끝을 노무현정권에게 겨누는데 있다. 마냥 김
선일씨의 죽음에 슬퍼하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성과도 이루어낼 수 없다.
그저 파병론자들의 광기어린 주장이 난무하도록 방치하는 결과를 낳을 것
이다. 파병철회가 아니면 정권퇴진밖에 없다는 단호한 정치적 주장이 필요
한 때이다.
* 파병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추모할 권리란 없다.
김선일씨가 죽기전에 남긴 절규를 들었는가?
그의 유언을 들었는가?
김선일씨가 죽으면서 자기가 죽거든 자신의 장례를 후하게 치뤄달라고 했
던가?
김선일씨가 죽으면서 자기가 죽거든 아침이슬이나 부르고 광화문에 모여
촛불이나 켜달라고 했던가?
기껏 민중운동진영에서 추모분위기나 높여나가고 있을 때 보수우익진영은
이번 기회를 통해 파병의 정당성하나를 더 만들어 가고 있다. 자신들의 입
맛에 딱맞는 대결적 민족주의를 부추기며 대 이라크 전쟁참여의 정당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미국이 통킹만사건을 조작해 베트남전쟁을 강행했듯이 뭐든 하나 만들어서
라도 이라크 전쟁에 참여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던 그들에게 김선일씨의
죽음은 국민들의 분노를 전쟁참여로 가는 징검다리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다.
그런데 이때,
우리 당과 민중운동진영이 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난 며칠째 광화문 촛불집회에 나가면서 속이 뒤집히는줄 알았다.
거기에 정치적 메시지는 없다.
김선일을 살려내란다. 함성을 시작하란다.
거기에 모인 사람들의 분노를 모아내 정치적 방향을 제시하려는 노력은 없
다.
그저 녹아내리는 촛불과 함께 분노를 달래 녹아내게 하고 험한 행동을 자
제하는 정도의 관리를 하고 있다.
이 사태의 책임이 노무현에게 있다고 하면서 이 정권에게 어떤 태도를 보
여야 하는지 분명한 메시지는 없다.
오히려 열우당 당선자들이 청와대에 모여 술퍼 마시고 감개무량해 불렀다
는 아침이슬이나 부르고 촛불을 들어 밤이 새도록 분노의 함성을 부르다
지쳐 내일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 다짐하고 가는게 아니라 혹시 힘이 남아
있으면 내일 다시 촛불켜려고 와야지 하는 생각을 강요받고 돌아간다.
[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에는 '비상'이란게 없었고,
우리 당의 비상중앙위원 결의대회에도 '비상'한 계획은 없었다.
추모분위기를 높이기 위해 사이버 분향소를 설치하고 대통령의 사과를 요
구하는게 전부이다.
이번 파병이 나라를 망하게 할거라는 정말 비상한 생각은 없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그렇다 치자.
어제 비상중앙위원결의대회를 마치고 광화문에서 진행된 당 사전집회도 마
찬가지였다.
아침이슬, 함께가자 이길을, 솔아솔아~ 그리고 함성 발사, 결의발언 몇
개. 정부비난 멘트 몇 개.
그래서 어쩌자는 건가? 당이, 전체민중운동진영의 정치적 투쟁의 구심이어
야 할 당이,
지금 이 '비상'한 상황에서
어떤 비상한 각오와 계획을 내놓고 있는가?
촛불들고 수백일을 싸워 얻은 것이 무엇이었는가? 그걸 평가하고 이번 투
쟁에서는 분명한 정치적 방향을 제시하고 파병반대투쟁을 결의하는 모든
세력을 당 주위로 모아내야 한다.
그건 "대통령의 사과"란 파병철회를 말하는 것이며 파병철회를 하지 않겠
다면 정권을 내놓으라는 주장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단호하게 정치적 각을 세워나가야 한다.
당이 이것을 하지 못한다면 그 무력감에 스스로 무너질 것이다.
파병을 막지 못하면 민주노동당도 전쟁참여 세력의 비겁한 방관자로 역사
에 남을 것이다.
지금은 원외에서 소리만 치는 정당이 아니라 10석 만큼의 책임을 지고 가
야하는 정당이기 때문이다.
김선일씨이 마지막 절규를 들었는가?
한국국민여러분, 저를 좀 도와달라고 했다. 울부짖었다.
나의 죽음을 추모하고 아침이슬 부르는게 아니라 파병을 막으라고 노무현
과 부시가 잘못하고 있는거라고,
제발 군대를 철수하라고 했다.
김선일씨가 살아서 서울에 있었다면
파병을 막는데 가장 앞장섰을 것이다.
그는 말했다. 부시가 테러리스트라고.
이제 우리가 절규하고 부르짖어야 한다.
노무현이 김선일씨를 죽였다고.
파병강행에 눈이 먼 미국의 한반도 관리국장인 노무현 대통령과 그 일당들
이 김선일을 죽였고 이젠 우리 나라 전체를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민주노동당은 이제 단호해야 한다.
노무현에게 양자택일을 최후통첩을 내보내야 한다.
파병철회가 아니면 정권을 내놓으라고 해야 한다.
파병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김선일씨를 추모할 권리조차 주어지
지 않는다는 걸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