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8대 비밀’이라는 글이 최근 인터넷에 나돌아 큰 반향을 일으켰다.‘이래저래 손해만 보는 문제 많은 제도’라는 것인데, 솔깃한 예들을 많이 들어서‘폐지론’마저 불러내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는 바람직한 결론이 아니다.
‘8대 비밀’의 문제점은 공적 보험에 대한 ‘연대 철학’이 없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에 가입한 맞벌이 부부 중 한 사람이 사망하면 배우자는 자신의 노령연금과 유족연금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이를 두고 ‘8대 비밀’은 국민연금이 사망자의 보험료 원금을 삼켜버린다고 비판한다. 이 같은 사례가 여지껏 3천8백 건 일어났다. 이 경우 지금처럼 배우자가 한 쪽 연금만 받는 것이 옳다. 유족 연금은 원래 노령연금 수급권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가입자가 사망하면 앞날이 막막해지는 유족을 위한 제도로서 지금 20만명이 받고 있다. 사망자가 1년만 가입해도 유족이 혜택을 누린다. 가령 월소득 166만원의 남편이 3년간 매달 보험료 74,700원씩을 내고 사망했다면 유족이 매월 15만원 남짓을 평생 받는다. 사적 보험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국민연금은 1인 1연금의 사회연대 보험이다. 필요하다면 노령연금에 더해 유족연금 일부를 추가지급하게 보완할 수는 있으나 “낸 만큼은 받아야겠다”는 시장논리와는 금을 그을 일이다. “노령연금을 받으니 유족연금은 양보하겠다”는 연대의식이 우리 사회에서는 공유될 수 없는가. 물론 이 글에는 타당한 지적도 있다. 지역가입자 보험료의 형평성 문제다. 국민연금은 소득기준이 멋대로고 권위적으로 걷는다. 실질소득이 없는데도 부과되고 항의하면 깎아준다. 체납했다고 가압류하니 분노할 만하다. 자영업자 소득파악을 정교화하고 집행을 민주화해야 한다. 이의신청을 쉽게 하고 가입자의 소명을 경청해야 한다. 반면 ‘의무 가입’은 필수 요건이다. 문제는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책이 없다는 점이다.
‘8대 비밀’로 촉발된 ‘안티 국민연금’은 오히려 부유층과 사적 자본이 환영하고 있다. 부유층은 높은 보험료를 면하고 자본은 ‘사적 연금보험’상품을 팔 수 있으므로. 반면 공적 연금의 재분배 효과를 누려야할 저소득층은 소득재분배 기능이 없는 개인연금에 억지로 가입하든지 노후 빈곤을 견뎌야 한다. 들끓는 대중의 분노를 ‘연금 공공성’ 강화로 이끄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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