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여성은 어떻게 만나는가
     
민주노동당 심상정 당선자에게 듣는다

조이여울 기자
2004-04-19 02:50:31


이번 총선결과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민주노동당의 약진이다. 3공화국부터 5공화국에 이르기까지 진보정당은 원천적으로 활동을 할 수가 없었다.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진보정당이 원내 의석을 차지하게 됨으로써, 기존 국민들이 가지고 있던 “진보정당은 국회에 진출할 수 없다”는 생각을 바꾸어놓았다.

비례대표제는 국민이 지지하는 만큼 의석으로 결과가 반영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사표라고 생각해서 진보정당을 마음으로는 지지하면서 찍지 않았던 사람들이 당당히 ‘표를 던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김민정 서울시립대 교수(국제관계학)는 “이번 결과는 앞으로 지역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국회에서 진보정당의 의석은 점점 더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지역 기반이 없이 정책으로 대결하는 민주노동당의 입지가 강화된 것은 이미지 위주의 선거가 정책대결로 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제 재벌 등 기득권 층을 위한 정치가 아닌, 노동자 등 소수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은 국민들의 바램이다. 또한 민주노동당이 ‘여성의 정당’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여성들을 위한 정치를 해주기를 바라는 기대치도 높다.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여성실업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은 “여성노동문제의 대안은 노동시장 구조를 재편하는 것”이라며, “민주노동당을 통해 지금까지 국회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노동시장의 구조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가 가능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당선자 10명은 ‘진보’ 정치인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게 됐다. 다수결이 원칙인 국회에서 10개의 의석이 과연 어떤 일을 얼마나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총선 결과 발표가 나자마자 ‘탄핵’과 ‘파병’ 문제 등 사안에 대해 발빠르게 목소리를 내고 있는 민주노동당 심상정 당선자를 만나, 이같은 기대와 우려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고발 통해 국회를 국민 곁으로 갖다 놓겠다

- 총선 결과에 대해 어떻게 평하는가. 민주노동당 약진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리 국민들이 먹고 살기 너무 힘들었다는 것 아니겠는가. 부패정치에 대한 불신, 정치가 우리 삶에 해 준 게 없다는 의식이 표출된 것이다. 사실 선거운동 전에는 국민들이 민주노동당에 대해 별로 알지 못했지만, 한달 간 미디어 선거의 영향이 컸다. 민주노동당의 정책에 대해 국민들이 호응을 해 준 것이라고 본다.”

- 10석은 국회에서 힘을 갖기는 턱없이 부족한 수인데 민주노동당은 어떤 활약을 할 수 있나.

“물론 소수 의원이고 이제 출발이다. 그러나 10석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 먼저 국회 안의 보수 담합 구조를 국민들에게 공개하겠다. 국회의원의 특권을 하나씩 제거해서 국회의원의 자리를 국민들의 곁으로 갖다 놓겠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특권포기 서약을 했다. 불체포 특권도 꼭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없애고, 국민소환제를 도입하는 등의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 우리 당의 정책과 내용을 홍보하면 국민들이 지지를 해주리라고 확신한다.”

민주노총 넘어서 전체노동자 대변할 것

-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입으로 재계가 잔뜩 긴장하는 모습인데, 기업활동이 위축될 거라는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재계는 긴장해야 마땅하다. 지금까지 줄곧 ‘친재벌 반노조’ 정치를 해왔는데 노동자 대표들이 국회에 입성하니 당연히 긴장이 되지 않겠나. 이제 우리 경제가 왜 어려운지, 왜 국민들이 어렵게 사는지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 민주노총과의 관계는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여성노동자들은 민주노총이 대기업 남성노동자 중심이라는 비판도 하는데.

“민주노총과는 긴밀한 관계로 협조해나갈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을 넘어서야 한다. 전체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에 신경을 쓸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곧 우리 사회를 빈곤 사회로 만드는 문제다. 일단 그 심각성을 부각시키겠다. 1년 이상 되면 정규직화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이다. 또 현 정부의 노사관계로드맵은 파견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므로 철회되어야 한다. 8월 논의되는 최저임금도 평균임금의 50%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공적 영역에서 여성의 세력화 이루어야

- 이번 국회에는 13%의 여성의원들이 들어간다. 13%의 의미를 어떻게 보는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수도 중요하지만 내용이 더 중요한 것 아닐까 한다. 과연 그 여성정치인들이 여성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겠는가. 정치인은 정당의 입장을 따라가게 되어 있고, 당의 정책 노선에 구속되는데, 정말 여성의 대변인이 되어줄 여성정치인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정당 불문해서 여성을 들여 넣고 보자는 방식에는 반대한다. 민주노동당 여성의원으로서 성차별 구조에 의해 차별 받는 직장여성, 농어민 여성, 저소득층 여성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싶다.”

-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여성정치세력화란 일차적으로 정치에서 소외되어 왔던 여성들에게 세상과 싸울 무기를 쥐어주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정당정치 영역 만이 아니라 모든 공적 영역에서 여성들이 세력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 하나는 정치개혁이다. 인맥과 돈으로 진행되는 남성중심적인 정치구조를 평등한 운영구조로 바꾸는 일이다. 비례대표를 늘리는 일도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

- 진보 정치인으로서, 여성 정치인으로서 기대가 많은 만큼 부담이 클 것 같다. 끝으로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사실 너무 많은 기대로 인한 부담감이 크다. 그러나 기대가 많다는 건 그만큼 신뢰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반갑게 생각한다. 민주노동당이 ‘여성의 정당’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특히 당의 여성위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노력을 하겠다. 여성 이슈를 정책화하기 위해 여성계와 만나 조언도 듣고 정책논의도 할 생각이다. 진정으로 여성이 주인이 되는 정치를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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