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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 혁명 - 프로이트의 삶과 저작
마르트 르베르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마르트 로베르는 프랑스의 저명한 독문학자로, 문학과 정신분석에 관한 주목할 만한 저작들을 여럿 발표한 사람이다. 푸코는 자신의 문학비평에서 자신이 로베르에게 많은 이론적 빚을 지니고 있음을 밝히고 있는데, 이는 로베르의 이론적 역량과 위상을 잘 보여주는 한 사례다.
프로이트 전집의 발간과 지젝 등의 작업이 소개되면서 국내에서도 점점 더 정신분석에 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음에도, 로베르의 이 책이 별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된 1964년 이래 이 책은 프로이트에 관한 개론서 중에서는 그야말로 최고의 저술 중 한 권으로 평가받아 왔으며, 또 그럴 만한 이유를 지니고 있다.
처음에 라디오방송을 위해 쓰여졌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매우 평이한 문체로 쓰여 있으며, 내용 역시 프로이트의 생애를 따라가면서 그의 학문적 작업과 지적 교류, 일상적 삶을 서술하고 있어서, 프로이트 사상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로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의 강점은 무엇보다도 프로이트의 사상의 발전과정을 충실히 따라갈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 있다. 로베르는 프로이트를 일종의 성인으로 간주하여 숭배와 찬양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그와는 반대로 로베르는 가난한 집안을 일으켜 세울 책임을 안고 있고, 결혼할 돈이 없어서 오랫동안 약혼자를 기다리게 만들고 있으며, 학문적 성공에 목말라 있는 유대인 출신의 젊은 학자인 프로이트가 상황의 압력과 학문적 고뇌를 겪으면서 자신의 사상을 전개해 가는 과정을 사실적이면서 매우 감동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 결과 독자들은 프로이트라는 한 유대인 학자의 삶과 사상을, 마치 대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와 함께, 충실하게 읽어낼 수 있다.
로베르의 문체 자체가 유려한 데다 번역도 잘 되어 있는 편이어서(다만 프로이트 원전 인용문들 중 일부는 오역이어서 내용이 잘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큰 어려움 없이 읽히는 것도 이 번역본의 장점이다. 프로이트의 삶과 사상을 알아보려는 모든 독자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