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표기 문제 자체가 늘 시빗거리를 안고 있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전공자 입장에서 가끔 어처구니 없는 표기법을 목격하게 된다.

예컨대 루이 "알튀세"나 에티엔 "발리바"라는 표기법이 그렇다.  

가끔 이런저런 글을 쓰거나 번역을 할 때 출판사에서 보낸 교정지를 보면

버젓이 "알튀세"나 "발리바"라고 고쳐진 것을 보게 된다.

왜 이렇게 고쳤는지 물어보면, 어떤 이들은

그게 "표기법 원칙"이라고 답변을 한다.

 

사실 불어에서는 마지막 자음을 발음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예컨대 Blanchot는 "블랑쇼"라고 표기하고 Foucault는 "푸코"라고 표기하는 것은

바로 이런 원칙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경우에" 다 이렇게 표기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사람의 성이 그런데, 사람의 성의 경우에는 마지막 자음이라 하더라도

발음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가령 잘 알려진 시인인 René Char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는 "르네 샤"가 아니라

"르네 샤르"이기 때문이다. 또 국내 표기법에서도 "르네 샤르"라고 번역된다.

또 Victor Delbos라는 20세기 초의 철학사 연구자는

"빅토르 델보"가 아니라 "빅토르 델보스"라고 발음한다.

Levinas 역시 "레비나"가 아니라 "레비나스"라고 발음하고.

 

그런데 왜 Althusser나 Balibar는 "알튀세"나 "발리바"라고 표기할까?

이런 표기법을 원칙으로 만든 사람은 프랑스 현지에 가서

발음법을 확인한 것일까?

내가 알기로는 Althusser나 Balibar는 모두 마지막 자음이 발음이 되고

따라서 "알튀세"나 "발리바"가 아니라 "알튀세르"나 "발리바르"라고

표기하는 것이 옳다.

 

더욱이 후배 한 명이 어떤 프랑스인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딱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프랑스인의 발음법상 "알튀세"나 "발리바"라는 발음은 이상하다고 한다.

마지막 "r"까지 발음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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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한 편 쓰다가 심심해서 한 마디 해봤는데,

사실 그렇게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가끔 터무니없는 원칙을 내세우는 것을 보면 좀 짜증이 날 때가 있다.

하기야 프랑스 놈들은 외국인 이름도

제멋대로 부르는 놈들인데 ... ;;;

(아래 페이퍼 참조)

http://blog.aladin.co.kr/balmas/610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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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때리다 2008-01-17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익후 12만이 넘으셨네요.

paniked-83 2008-01-17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안 그래도 웅기형이랑 이번 세미나 때 이거 반드시 물어본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속시원히 해결되었습니다. -찬경

balmas 2008-01-17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덧 12만이 넘었군요. ㅎㅎㅎ
paniked-83/ 그랬군 ㅎㅎ.

2008-12-20 0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balmas 2008-12-21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안녕하세요?^^
재밌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사실 2부에 수록된 두 개의 글은 그렇게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반복해서 읽으신다면 여러 가지 좋은 통찰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ㅎㅎ
"능산적 자연"과 "소산적 자연"이라는 개념은 스피노자 이전의 철학 전통에서 유래한 것인데요, 라틴어로 쓰면 각각 "natura naturans" "natura naturata"이고 한자어로 쓰면 "能産的 自然"과 "所産的 自然"이랍니다. 아마 영어로 뜻풀이를 하면 오히려 쉽게 이해가 될지 모르겠는데요. 라틴어 문구를 영어로 그대로 풀어 쓰면 각각 "naturing nature"와 "natured nature"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결국 "능산적"이라는 말은 "산출할 수 있는"을 가리키고 "소산적"이라는 말은 "산출된"을 가리키는 셈이죠.
이렇게 본다면 능산적 자연은 "산출할 수 있는 자연", 곧 실체와 그 속성들을 의미하고, 소산적 자연은 양태(여기에는 물론 유한양태만이 아니라 무한양태도 포함되죠)를 가리킨다는 것을 알 수 있죠. :-) 따라서 능산적-소산적 자연의 구분은 어느 정도는 '능동적-수동적'이라는 구분과 상응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좀더 정확히 말한다면 이 구분은 '원인-결과'의 구분에 해당한다고 봐야겠죠. ^^
이 정도면 답변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