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이 좀 늦었지? 다른 일 때문에 이제야 답변을 올리게 됐다. 이해해라.

이번에도 꼼꼼히 읽고 지적해줘서 고맙구나. 푹 쉬고 나중에 또 기회가 되면 읽고 지적해주기 바란다.


우선 113쪽은 “시대”라고 해도 좋고 “시간”이라고 해도 좋은데, 데리다가 첫줄부터 “시간temps”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웬만하면 temps이라는 단어는 “시간”이라고 계속 번역하는 게 좋을 듯해서 이렇게 번역했어.


119쪽-120쪽의 문장은 다음과 같이 고치는 게 좋을 것 같구나.

“오늘날 마르크스주의의 도식들을―이론적ㆍ실천적으로―다루고, 이로써 그것들을 변화시키기 위해 우리는 이 도식들과 더불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수정 번역 “오늘날 이 문제들을―이론적ㆍ실천적으로―다루고, 이로써 그것들을 변화시키기 위해 우리는 마르크스주의의 도식들과 더불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122쪽과 124쪽의 경우는 네가 지적한 대로 고치는 것이 옳을 것 같고,


129쪽의 경우는 원문은 이렇지. “(mais il n'y a plus, il n'y a jamais eu le capital, ni le capitalisme,(A) seulement des capitalismes(B)―d'État ou privés, réels ou symboliques, toujours liés à des forces spectrales ...

그리고 내 번역문은 다음과 같고. “하지만 결코 자본 그 자체le capital, 자본주의 그 자체le capitalisme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존재했던 적도 없으며, 단지 국가적이거나 사적인, 현실적이거나 상징적인, 하지만 항상 유령적인 힘들과 연결되어 있는 자본주의들만이 존재할 뿐이다 ...

영역본에서 “단수의 자본주의”와 “복수의 자본주의들”이라고 번역했다면, 그건 밑줄 친 (A)와 (B)를 각각 그렇게 번역한 셈인데,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번역이지.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le”라는 정관사가 “단수”를 나타낼 수도 있지만, 데리다가 “le”를 일부러 강조한 것은 단수를 나타내기보다는 “본질”이라는 의미 또는 “그 자체”라는 의미를 나타내기 위함인 것 같아. 말하자면 “le capitalisme”이 이데아 내지 형상, 본질이라면, “des capitalisme”은 그것들을 예시하는 개체들, 개별태들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그러니까 이데아로서 형상, 본질로서 자본주의라는 것은 없고, 단지 구체적인 개별 자본주의들, 또는 자본화들만이 존재한다는 것이 데리다의 요점일 텐데, 단수-복수라는 대비로는 이런 논점을 살리기가 좀 어려울 것 같다.


130, 134쪽의 경우도 네가 지적한 것이 옳은 것 같아. :-)


138쪽의 경우는 빠진 내용이 “Longtemps et pourquoi pas toujours?”인데, 이건 “왜 영원히가 아니라 오랫동안인가?”(A)라고 하기보다는 “오랫동안, 하지만 항상이라고 해서 안될 것이 있겠는가?”로 옮기는 게 나을 것 같다. 만약 (A)의 뜻이라면, 데리다가 바로 다음에 이 의문에 대한 답변을 제시할 텐데, 데리다는 그렇게 하지 않고 끝을 맺지. 따라서 “pourquoi pas toujours?”는 “왜 영원히는 아닌가?”라는 질문을 가리키기보다는 “항상이라고 해서 안 될 것이 있겠는가?”라는 수사의문문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이는 게 옳을 것 같다. “pourquoi pas?”의 관용적인 어법을 고려해봐도 그렇고.


140쪽은, 네가 제안한 것처럼 “만이 아니라tout autant que” 앞 뒤 구절의 순서를 바꾸는 게 좋겠구나. 이렇게 바꿔야겠지.

“항상 지켜질 수 없는 약속. 왜냐하면 적어도 이 약속은 익명적인 독특성들 사이에 존재하는, 셈할 수 있고 계산할 수 있는 주체적인 평등만이 아니라 타자의 독특성 무한한 타자성에 대한 무한한 존중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143쪽의 “초역사적인 기준들의 본성”을 “초역사적인 기준들의 자연”으로 번역하는 것은 좀 어색할 듯하다. “nature”라는 말에는 항상 “본성”과 “자연”의 의미가 함께 함축되어 있기는 하지만, 여기는 “본성”이라고 하는 게 이해하기에 더 좋을 것 같다.

 

343쪽 각주에서 강조된 부분은 “약한schwache”이라는 단어인데, 그게 빠졌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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