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호남뉴스앤조이

 

 
기름띠 범벅, 절망과 희망의 태안반도
모래밭 겹겹이 기름층…수 천 명 자원봉사 땀방울 속에 그나마 '희망'
 

2007년 12월 14일 (금) 23:37:19 문규옥
 


   
 
  ▲ 쓰레기 더미에 둘러쌓인 만리포사랑 노래비. ⓒ호남뉴스앤조이 문규옥  
 
2007년 12월 13일 복구 일주일 째, 태안의 앞바다에는 절망과 희망이 공존했다. 한여름 화려한 영광을 시샘이라도 하듯 만리포해수욕장에는 푸른 바닷가의 신선한 공기 대신 역한 기름 냄새가 코를 찔렀고, 반야월 선생의 '만리포사랑' 노래비는 시커먼 기름통과 쓰레기 더미에 둘러 쌓여 있었다.

하지만 수만 명 봉사자들의 노력으로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해수욕장 백사장 등지에는 어느 정도 기름 제거가 진행된 상태였다. 시커멓던 바다는 넘실대는 파도 사이로 푸른 모습을 조금씩 드러냈고, 해안가 즐비하게 띠를 두르던 검은 기름들은 봉사자들의 손길에 의해 수십 개의 기름통에 대신 담겨 있었다.

바닷물이 밀려나간 모래밭에서는 살을 에는 강한 바람을 맞으며 봉사자들이 기름제거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저마다 엿같이 끈적이는 기름덩이를 흡착포로 닦아내고 있었다. 모래밭 깊이 스며든 기름도 파보지만 그 밑엔 또 다른 기름층이 자리하고 있었다.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면서 기름층이 모래밭 겹겹이 나이테처럼 박힌 것이다. 이렇게 기름에 범벅이 된 모래는 더 깊이 스며들기 전에 삽으로 퍼낸 후 벼 포대에 담는다.

하지만 해안을 둘러싼 방파제 축대와 갯바위, 자갈 틈 속 기름은 제자리 모습이었다. 기름이 제법 제거된 백사장과는 달리 해안가 바위에는 사고발생 당시의 처참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물웅덩이에 고인 기름은 마치 기름 탱크를 보는 것 같았다. 웅덩이 기름을 바가지로 퍼 올려 양동이에 담아본다. 봉사자 대부분이 검은 기름이 가득 담긴 양동이를 하루에도 몇 수십 개씩 넓은 해변을 가로질러 날랐다고 한다.

기름으로 떡칠 된 갯바위는 아무리 닦아내도 여전히 기름이 배어 나온다. 바위 좁은 틈 사이에 고인 기름은 퍼낼 방법이 없어 헌 옷가지와 흡착포를 나뭇가지로 쑤셔 빼내보기도 한다.  만리포 해수욕장 백사장 입구 좌우 도로는 온통 기름으로 검게 변해있었다. 기름을 잔뜩 머금은 부착포와 수천 개의 폐기물 포대, 기름을 퍼 나르던 양동이와 삽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 해변을 가득 메운 자원봉사단. ⓒ호남뉴스앤조이 문규옥  
 


허리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기름을 닦아내고 퍼내는 일도 힘들지만 묵직하게 기름 먹은 부착포와 폐기물 포대를 해안을 가로질러 수집장으로 나르는 일은 더 힘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에서는 수거해 놓은 기름 포대와 작업하다 방치해 놓은 삽에서 시커먼 폐유가 다시 흘러내려 백사장 모래위로 스며드는 모습도 보였다.

만리포 해수욕장 근처에 거주하는 김경곤(51)씨가 방파제 축대 근처 웅덩이에서 기름을 퍼내다가 온몸에 검은 기름을 뒤집어 쓴 체 죽어있는 가마우지를 건져냈다. "물 속 잠수를 통해 먹이를 찾는 가마우지가 검은 바다의 기름을 뒤집어쓰고 죽게 된 것입니다. 머리도 아프고 가슴도 먹먹하네요. 그래도 온몸에 기름 묻혀가며 봉사해 주시는 많은 분들이 계셔서 조금씩 희망이 보입니다.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라고 말했다.

반야월 선생의 만리포사랑 노래비에 '초록빛 비단 물결 은모래를 만지네, 청춘에 젊은 꿈이 해안선을 달리면 산호빛 노을 속에 천리포도 곱구나' 라는 노랫말이 새겨있다. 이 노랫말 가사처럼 만리포 해수욕장이 기름 유출 피해로 인한 고통을 극복하고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자원 봉사자들은 한결같이 기원했다. 


   
 
  ▲ 기름을 잔뜩 머금은 부착포와 쓰레기들. ⓒ호남뉴스앤조이 문규옥  
 


   
 
  ▲ 기름에 범벅이 되어 죽은 가마우지. ⓒ호남뉴스앤조이 문규옥  
 

 

 
ⓒ 뉴스앤조이(http://www.newsnjoy.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자꾸때리다 2007-12-15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 뉴스앤조이도 보시네염. 근데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드는 풍경...

balmas 2007-12-16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구글 검색하니까 첫머리에 나오길래 퍼온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