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8일 오는 금요일 성공회대학교 민주자료관에서 "폭력과 애도 I"이라는 제목 아래
학술대회를 개최합니다.
이 학술대회는 <폭력과 애도>라는 주제로 기획된 연속 학술대회의 첫번째 모임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아래는 이 학술대회의 취지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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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 선생은 [소년이 온다]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한강 작가의 이 말은 국가폭력과 사회적 폭력의 역사로서 한국 현대사의 핵심적인 측면을 집약적으로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4.3에서 5.18에 이르기까지, 선감학원에서 형제복지원, 그리고 수많은 부랑인ㆍ장애인 수용시설에 이르기까지, 삼풍백화점 참사에서 세월호 참사를 거쳐 10.29 이태원 참사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는 애도하지 못한 죽음들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비단 한국 현대사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닐 것입니다. 일본에서, 중국에서, 베트남에서, 라틴아메리카에서 그리고 세계 도처에서 국가폭력과 사회적 폭력은 애도하지 못한 죽음들, 애도하지 않아도 되는 죽음들을 낳았고, 그 죽음들은 상실되거나 망각된 채 유령으로서 우리 사회의, 지구의 안팎을 떠돌고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1987년 민주화 이후, 그리고 1995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2000년 제주4.3 특별법 등이 제정되고 2005년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국가폭력과 사회적 폭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의 진상이 밝혀지고 희생자들에 대한 위령과 신원회복, 배ㆍ보상 작업이 전개되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한편으로 여전히 지하에 묻혀 있는 역사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작업을 지속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국가폭력과 사회적 폭력에 대한 망각과 왜곡의 시도에 맞서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폭력에 무참하게 희생된 이들을 애도하는 작업, 특히 오늘날에도 여전히 애도할 수 없거나 애도해서는 안 되는 이들로 배제된 이들을 애도하는 작업이야말로 우리가 감당해야 할 핵심 과제일 것입니다.
이런 취지에 따라 성공회대학교 민주자료관 “한국현대사와 회복의 인문학” 사업단에서는 폭력과 애도라는 주제로 2023년 2학기~2024년 1학기에 세 차례에 걸쳐 연속 학술대회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이중 1차 주제 학술대회 취지와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차 주제: 국가폭력과 사회적 폭력의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 작업의 역사
한국 사회에서 국가폭력과 사회적 폭력은 숱한 희생자들을 낳았지만, 오랫동안 그들을 애도하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민주화 이후에도 여전히 애도작업은 쉽지 않은 일이고, 폭력의 진상은 여전히 상당 부분 어둠에 묻혀 있습니다. “폭력과 애도”라는 우리의 전체 주제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애도 작업의 역사에 대한 재구성이 필요합니다. 제주 4.3은 누구를 애도하고 애도하지 않았을까요? 한국전쟁의 희생자들은 어떻게 애도되었고, 누가 왜 애도를 금지 당했을까요? 5.18에서 여전히 애도되지 못한 이들은 누구일까요? 이런 질문을 통해 우리는 애도작업이 단지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의 과제이고 미래의 가능성을 조형하는 일이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