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lesas 2006-02-02  

입장들- 중에서
책을 읽다 궁금한 대목이 있어 여쭙습니다. 선생님이 번역하신 책은 아닙니다. 데리다의 『입장들』이라는 국역본 대담집 중 「함의」 부분 입니다. 1) 앙리 롱스가 차이(差移) 개념에 대해 데리다에게 묻는 대목인데요. 데리다는 차이(差移)가 경제 자체라고 말한 후, "우리의 언어를 특징짓는 개념들의 이항 대립 …… 의 요소"(32)라고 말하면서 "이러한 대립들이 알려지는 동일자(이는 동일한 것과 구분됩니다)의 요소"(같은 쪽)라 덧붙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차이(差移) 개념이 왜 '동일자'의 요소인지,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동일한 것'과 구분되는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2) 데리다는 하이데거의 존재론적 차이가 차이(差移)를 유한하게 결정짓는 것이라 보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존재사유의 차이(差移) 은폐는 "예를 들어 수많은 '음성적' 비유들에 대한 의미심장한 우위나 늘 '진리의 실행'으로서의 예술로 연결되는 예술에 대한 성찰 속에서 인지"(34)된다는 것이 데리다의 생각입니다. 요컨대 하이데거는 진리의 실행이 예술 속에서 일어난다고 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로고스나 음성과의 …… 연계"(같은 쪽)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데리다는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하이데거에 의하면 모든 예술들은 '예술의 본질'인 시의 공간이나 '언어'와 '말'의 공간 속에 펼쳐진다는 사실은 이렇게 설명될 수 있습니다. 그는 "건축과 조각은 말하기와 명명하기의 통로 속에서만 일어나며 그에 의해 지배되며 인도된다"고 말합니다. 낭독법(혹은 발성법)과 노래에 매우 고전적으로 부여된 탁월한 가치나 문학에 대한 경멸은 이런 식으로 설명됩니다. 하이데거는 "낭독법을 문학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고 말합니다.(같은 쪽) 저는 이 말들이 재구성이 잘 안 되는데요. 우선 1) 하이데거는 모든 예술들이 '말(=음성)'의 공간 속에서 펼쳐진다고 보았다. 2) 이것은 시라는 문학예술 이외에 건축/조각예술의 경우―어쩌면 예술 일반의 경우―에도 그러하다. 이렇게 요약하면, 그 다음에 나오는 "문학에 대한 경멸"은 오히려 엉뚱하게 들리거든요. 그럼 시와 문학은 서로 다른 범주인 것인지, 아니면 문학에'만' 적용되었던 낭독법이라는 가치는 다른 예술들에까지 펼쳐놓아야 하기에 경멸스럽다는 건지, 하이데거의 존재사유가 문학에 대한 철학의 일반적인 경멸을 오히려 정당화해준다는 건지, 어쨌든 이해가 안 됩니다 T.T 3) 그래서 자연스럽게 다음의 논의도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어요. 앙리 롱스는 데리다의 해체론적 작업이 문학과 맺는 친화적인 관계를 언급합니다. 여기서 데리다는 "'문학적' 실천"(35)이라는 말에서 '문학적'이라는 부분에 인용부호를 붙이며, "왜 문학적이란 말에 인용부호를 붙여 사용하는지 그리고 어떤 애매모호함을 여기서 제거해야 하는가를 이해"(같은 쪽)하라고 설득합니다. 그렇다면 데리다가 말하는 '문학적' 실천이란, 어떤 특이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즉 그가 말하는 것처럼 "이러한 새로운 실천은 문학예술의 역사를 형이상학의 역사에 연결시켰던 것과의 어떤 단절을 가정"(같은 쪽)합니다. 여기서 "문학예술의 역사를 형이상학의 역사에 연결시켰던 것"은, 문맥으로 볼 때 대표적으로 하이데거적 예술관을 가리키는 것 같은데요. 이러한 예술론의 음성중심주의적 성격에 반대하는 '문학적' 실천이 가지는 함의란, 차이(差移)로서의 기록을 부각시키는 예술론을 지지한다는 말인가요? 저는 이렇게 단순화시켜서만 말할 수밖에 없네요 T.T 방학에다 졸업도 하게 되니, 이런 방식으로 천천히 선생님을 괴롭혀 드릴렵니다^-^ 약속은 지켜야지요ㅋ
 
 
balmas 2006-02-02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질문이 많네요 ... @,.@
그런데 지금은 좀 바빠서 다음 주 중에 답변 글을 올릴게요.^^

cplesas 2006-02-10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언제쯤 올라오는 걸까 @.@

balmas 2006-02-21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무영님, 미안해요. 내가 깜빡 잊고 있었네요.
이번 주 안에 답변을 올려놓을게요. :-)

cplesas 2006-02-25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홋, 감사합니다. ^-^
참 내친김에 하나 더 질문드리려는데요. 최근 국역본으로 나온 『목소리와 현상』 번역을 검토해보셨는지 질문드립니다. 무슨 책이 본문은 150페이진데 역자 해제가 6~70페이지나 된단 말입니까; 농담이고, 본문이 잘 안 읽혀서요.

balmas 2006-02-28 0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아직 [목소리와 현상] 국역본을 보지 못했습니다. 잘 안읽히던가요?
그동안 다른 일 때문에 책을 사보지 못했는데, 한번 읽어보긴 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