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내부] - 최금진


벌레 먹은 꽃잎 몇 장만 남은
절름발이 사내는

충혈된 눈 속에서
쪼그리고 우는 여자를 꺼내놓는다

겹겹의 마음을 허벅지처럼 드러내놓고
여자는 가늘게 흔들린다

노을은 덜컹거리고
방안까지 적조가 번진다

같이 살자
살다 힘들면 그때 도망가라

남자의 텅 빈 눈 속에서
뚝뚝, 꽃잎이 떨어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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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의지가지 없이 순결한 영혼끼리 만나 눈물겹도록 안간힘이구나.
너 외롭고 힘겨울 때 따뜻한 동행이 되리니, 어떻게든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가슴에 흥건히 빗물 고이듯 적조만 가득할 지라도 이대로 무너지진 말자.
깨어진 무르팍 쾡한 눈망울 들어
이렇게 갈비뼈 하나 부등켜 안고
같이 살자, 살아 보자꾸나.
살다 살다 목숨조차 힘겨워
그 때 도망가도 늦지 않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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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4-09-06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제 박스안에 시를 넣으시는군요^^. 보기 좋습니다. 같이 살자며 꽃잎 떨어지듯 눈물 흘리는 남자를 아직 못만났으니 그런 심정을 그저 활자 속에서나마 어림짐작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