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국인들은 국가에 대한 막연한 우월감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정치·경제·사회복지 등 구체적 제도나 영향력으로 평가하는 국가 자부심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삼성경제연구소와 성균관대가 공동 개최한 ‘한국인의 가치지향 국제 비교’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우월하다’는 ‘국가 우월감’은 비교 대상 25개 나라 가운데 중간인 12위로 나타났다. 우월감이 가장 높은 나라는 오스트레일리아였으며, 이어 캐나다, 오스트리아 차례였다.
하지만 민주주의·정치적 영향력·경제적 성취·사회보장·사회평등 등 구체적인 항목별로 물어본 ‘국가 자부심’에서는 한국의 순위가 20위로 밀려났다. 발표에 나선 김재온 미국 아이오와대 교수는 “국가 우월감이 높으면 정치·경제에 대한 국가 자부심이 높기 마련인데, 한국인들의 의식에서는 두 항목 사이의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나라 사람이기보다는 한국인이고 싶다’는 설문 응답률로 비교측정한 ‘정감적 국가 자부심’은 17위였다. 이 항목의 순위는 미국, 일본, 헝가리, 불가리아 순으로 높았다.
스스로의 정치적 성향은 ‘다소 보수적’(32.2%)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중도적’(25.4%)이거나 ‘다소 진보적’(24.6%)이라는 응답이 비슷했다. ‘매우 보수적’은 5.9%, ‘매우 진보적’은 4.1%였다.
또 한국 노동자들의 직무만족도 평균은 4.6점으로, 미국(5.3), 스웨덴(5.2), 일본(4.8) 등 비교 대상 4개국 중 가장 낮았고,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노동에 부여하는 가치와 실제 받는 보상(임금, 승진 등) 사이의 불일치를 느끼는 정도도 가장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발표된 내용은 미국 시카고대 사회과학연구소가 주도하는 국제사회조사기구에 지난해 가입한 삼성경제연구소 등이 한국인 1315명을 대상으로 처음 진행한 ‘한국사회종합조사’의 결과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