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사망했다” ‘당대비평’ 비판

송두율 교수는 아직 대학에 돌아가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조국에 돌아오는 길도 미처 끝내지 못했다. 지난해 독일 뮌스터대 생활을 잠시 중단하고, 37년만에 귀국했지만 곧바로 영어의 몸이 됐다. 그는 지금 서울 구치소 수번 65번의 미결수다.

지난 3월 1심에서 이미 징역 7년을 선고받았고 이달 말이면 2심이 확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세상은 그의 존재를 애써 눈감는다. 이에 대해 변정수 <당대비평> 편집위원은 여름호 머리글에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사망했다”고 선언한다. “(대통령 탄핵에 대해) 민주수호의 의지에 불타던 어느 누구도, 한 학자가 반생을 바쳐 연구한 결과가 조악한 정치논리로 난도질당해 … 중형이 선고되는 폭거를 향해 항의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탄핵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냉소’하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다양한 정치적 의사 표현을 말살하려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의사도 능력도 없는 국민들이 어떻게 민주주의 수호자를 자처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 대목에는 적지 않은 무게가 실려있다.

무크지 <모색>도 최근호 발간사에서 “우리가 이미 획득했다고 생각했던 학문·사상의 자유가 사상누각이었던가”라고 묻고 “송 교수가 구속되기까지 국내 많은 학자들은 침묵하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또 “송 교수는 (한국) 지식인들의 위선과 이중성을 폭로하게 만든 장본인”이라며 “정치적 행위 뿐만 아니라 학문적 업적까지 국보법이라는 낡은 틀로 재단하려는 한국사회의 후진성에 분명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계인’ 송두율에 대한 학계 전반의 반응은 여전히 조심스럽거나 애매하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전국교수노동조합 등 4개 교수단체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어 “노년의 학문적 열정을 같은 민족의 학자들과 대화하고 토론하고자 하는 송 교수를 감옥에 가둔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거듭 촉구했지만, 그 선언문에서 송 교수 문제는 에둘러 언급되는 데 그쳤다. 그는 한국 지식인 사회 안에서도 여전히 ‘경계인’으로 남아있다.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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