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에로이카 > 한미 FTA 추진 관련 퍼옴질을 마치며... 잡설
내가 한미 FTA 관련 퍼옴질을 시작한게 4월 24일부터였다. [레디앙]에 실린 이진경, 고병권의 글부터였다. 그러니 석 달이 지났다. 그 사이 두 번의 협상이 있었고, 협상이 있을 때마다 반대투쟁은 성공적으로 수행되었다. 이진경, 고병권은 오랜만에 승리할 수 있는 투쟁임을 예견했었다. 이들의 예견이 자기실현적 언명이었을지라도, 이들은 애초부터 협상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한다는 식의 논의를 폈던 정태인이나 창비의 논자들과는 달랐다. 이진경, 고병권의 글은 석달 전만 해도 반대투쟁을 자신의 글의 결론으로 삼는 유일한 글이었다.
반대투쟁 논리는 처음에는 이진경, 고병권 같은 좌파 지식인층에 의해 제시되었으나, 반대투쟁이 실제로 한 단계 고양될 수 있었던 것은 1차협상 반대 원정 시위단 때문이었다. 난 여기에는 민주노총 허영구 부위원장의 힘이 컸다고 본다. 국내에서도 보기 힘든 노농연대를 미국까지 가서 그렇게 멋지게 할 수 있으리라고, 미국 하원의원들까지 우리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으리라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난 민주노총이 한미 FTA 원정 반대길에 나선다는 기사를 퍼오면서 상층 단위에서의 논의를 넘어 광범위한 대중투쟁으로 전개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표했었다. 2차 협상 반대 시위는 그 기대의 실현이었다. 이제 노무현 정권은 한미 FTA에 관한 한 수세에 몰렸다. 그리고 그 수세는 대중투쟁이 이루어낸 성과임을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이에 따라 조순이나 이정우 같은 이들도 반대 주장을 펴고 있고, 정태인의 주장은 더 과격해지면서 현 한미 FTA 협상정국 최대의 스타로 떠오르게 되었다. (그래도 유시민 장관 한 번 믿어보자는 그의 말은 참 변변찮게 들린다. 당쟁으로 낙향한 조선시대 충신의 나라 걱정 같다.) 석달 전 협상 신중론을 펼치던 이들은 정태인을 제외하고는, 변화된 상황에서 짱을 보고 있는지, 별반 얘기가 없다. 아마 그들에게 반대투쟁은 큰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을 것이다.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이나 한미 FTA 얘기는 피하면서 몸 사리고 있는 것은 석달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이건 보수언론도 마찬가지다. 한미 FTA 보도는 안하면서, 포스코 노동자들의 건물 점거에 길길이 날뛰는 이 열우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을 보고 있자면, 적개심이 불같이 일어난다 (아.. 난 이런 적개심 같은 거 이제 없이 살고 싶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MBC PD 수첩이 제 목소릴 내주었고, 우리의 강풀 화백도 한 몫 하셨다. 이해영 교수의 책을 필두로 FTA 비판서들도 잘 팔리고 있다. 그리고 상당수 알라디너들이 "FTA 반대"를 닉네임 앞에 달고 있다.
어쨌든 석달 전과 달리, 한미 FTA는 이제 막연한 정치 일정이 아니라, 대중의 반대 투쟁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이 되어 버렸다. 이 시점에서 퍼옴질을 이제 그만하기로 했다. 그냥 뭐 별 뜻이 있는 것은 아니고, FTA 문제도 사회적 중심 사안으로 부각되었고, 퍼온글 페이퍼의 원본이 대부분 잘 알려져 있어 굳이 퍼옴질을 안 해도 다들 잘 가서 보실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서재질을 시작했을 때, 내 서재 지수에서 마이페이퍼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제로였는데, 오늘의 서재지수 3880점 중 마이페이퍼가 2540점이다. 가급적이면, 페이퍼의 비중을 50%로 유지하고자 노력하려고 한다. 별 이유? 없다.
9월에 3차 협상이 한미정상회담과 더불어 패키지로 열린다. 북한이 뻘짓하는 바람에 (아.. 북조선 정말 도움 안된다... 진짜... 한 번 보자... 다음 대선 때 예전처럼 휴전선에서 총질하거나 또 간첩 보내는지....) 여러모로 부시 앞에 노무현 꼴이 말이 아니게 생겼다. 노무현씨... 이 시점에 충고 하나 합시다. 이 말을 한 사람은 대통령이 되었답니다. "아, 반미.. 그것 좀 하면 어떻습니까?"
이라크에서의 저항이 계속되는 상태에서, 미국의 강력한 피후견국인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침공했다. 일본은 지금 동아시아의 이스라엘이 되고 싶어 안달이 난 듯 싶다. 노무현이 부시 만나서 FTA 넘겨주고 대신 넘겨받을 수 있는 게 현재 뭔가? 한반도 평화? 이라크, 레바논 갖고 부족해서 북한까지? 하긴.. 부시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어찌 됐든 그것이 중국과 남한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FTA 주고 받을 수 있는 게 현재로서는 없다... 그러면 그냥 한미 FTA 협상 질질 끌다가 (임기도 이제 1년 반밖에 안 남았다), 한나라당에 공 넘겨라. 어차피 협상담당하는 관료들 임기는 대통령 임기보다도 길다. 그들이 잘 알아서 할거다... 뿐만 아니라, 그게 열린우리당 의원들한테도 좋을 것이다. 또, 대선 때 표 줬다가 지금 사기당했다고 후회하시는 분들에게도 그게 도리이다.
노무현은 퇴임하면 김대중 같은 전대통령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전노처럼 다다음 정권에서 청문회에 서든가, 아니면 김영삼처럼 흰소리나 하면서 똥고집 부리다가 차 안에서 분유통에 쉬야나 하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