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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감 - 샤오미가 직접 공개하는 창의성과 혁신의 원천
리완창 지음, 박주은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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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Xiaomi 小米, 좁쌀)진격이 눈부시다. 작년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고 했을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는데, 이게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자 관련 산업 전반에 예사롭지 않은 (위험한) 징조로 다가오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보면 충격 그 자체이다. 4%대라 하니... 이제 뭐 군소업체라 해도 할 말이 없구먼) 처음엔 그냥 애플의 카피캣(copycat)으로 반짝 뜨는 모방 스마트폰인가 했는데, 나름의 경영철학으로 무장한 샤오미의 다제품 전천후 공략은 단순한 '대륙의 실수'가 아니라 '대륙의 굴기와 진격'이였다. 요샛말로 '깜놀'이 따로 없더라.

 

샤오미의 성공적 비즈니스 수익모델은 이제 새로운 마케팅 패러다임으로 인정받는 모양새이다. 인터넷을 통하여 제한된 물량을 한정된 시간에만 판매하는 헝거 마케팅(Hunger  Marketing) 전략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 샤오미의 공동창립자이자 시장 마케팅과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총괄담당하고 있는 리완창(黎萬强)의 책 <참여감 : 샤오미가 직접 공개하는 창의성과 혁신의 원천>을 읽고 나니 그건 그들 전략에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더라. 그들에겐 성공할 수밖에 없는 핵심 무기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사용자를 친구로" 생각하는 이념이 되겠다. '사용자의 참여'와 '입소문'으로 대별되는 '참여감 마케팅'이 바로 성공 원동력이라는 거지.

 

이 책은 이런 그들의 경험을 3가지 전략과 3개의 전술로 집약한 '참여감 3·3 법칙'을 풀어 설명하고 있다. 참여감 3개 전략은 제품, 사용자, 콘텐츠 분야의 전략으로 폭발적인 인기 상품을 만들어(제품), 직원들이 먼저 제품의 팬이 되고(사용자), 기업 스스로 미디어가 되는(콘텐츠) 전략을 말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술로는 참여의 마디 개방, 상호 교류 방식 디자인, 입소문 사건 확산을 들고 있네. 이 3가지 전략과 전술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그 설명을 읽어보니 참 대단하긴 하다. 한마디로 '맥'을 아주 잘 짚었네 그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를 실천에 옮겨 성공으로 이끌기란 그 누구도 쉽지 않은 일이므로...

  

특히 샤오미 회장 레이쥔(雷軍)이 제시한 인터넷 시대의 사고방식(인터넷 씽킹) 네 가지 목표, '집중, 극치, 입소문, 신속'이 마케팅에 접목되는 부분이 상당히 마음에 들더라. 집중과 극치는 제품의 목표, 신속은 행동준칙, 입소문은 전체 인터넷 씽킹의 핵심이요 왕이라고 한다. 구글이 그랬다고 하네. "모든 것의 중심은 사용자다. 나머지 모든 것은 그 뒤를 따라오게 되어있다"고... 뭐~ 너무나 당연한 생각이다. 내 자신도 물건을 하나 사려면 인터넷 카페에서 사용 후기를 찾아보니... 샤오미는 이런 입소문을 위해 "사용자와 친구가 된다"는 전략을 쓰는데, 이게 먹히면서 수천만 명에 달하는 '미펀'(米粉, 샤오미의 팬을 지칭)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낸다.

 

샤오미는 미펀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직접 제품에 반영하는 '활동의 제품화'를 통해 사용자와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란 이미지를 창출하는데 성공한다. 그뿐만 아니라 제품 사용자들의 피드백이라 할 수 있는 '제품의 활동화' 공간을 개방형으로 연결함으로써 종전의 일방적 구매행위를 참여감을 동반한 상호교류 방식으로 변모시켰다. 책에 보면 "샤오미는 먼저 충성도에 집중하고, 입소문 전파를 통해 충분한 수의 사용자를 확보한 다음 지명도를 쌓아나갔다(96쪽)."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런 충성도 높은 팬들을 활용하는 소매 방식의 혁신은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감을 구매하는 시대'로의 거대한 변화라고들 말하네.

 

하여튼 샤오미의 쇼킹한 진격은 현재진행형이다. 스마트폰의 최강자 애플마저도 이끌어내지 못한 고객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제품 광고도 없이 세계적 혁신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샤오미... 비록 초기 제품은 애플 베끼기로 시작했을지라도 그걸 바탕으로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창의성과 혁신은 그 어느 선진 기업보다도 독창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책은 그런 놀랄만한 신공(플랫폼)의 밑천이 '참여감'이란 것을 아주 현실성 있게 보여주더라.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장별 제목 포스터(일러스트)도 상당히 감각적이고 직관적이어서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고객을 어떻게 내 범주 안에서 '놀게'할 것인가? 새로운 화두가 아닐 수 없구나...

 

 

<덧붙임> 이 책 <참여감>을 처음 봤을 때 정말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책의 7~80년대식 글꼴과 색감 등 표지가 너무 촌스러워 손이 안가더라. 날아오르는 돼지도 비호감이고... 물론 “태풍의 길목에 서 있으면 돼지도 하늘을 날 수 있다.”는 함축적 의미(대세를 따르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를 담고 있지만 마음이 안가는 건 어쩔 수 없더라. 와이즈베리가 기본은 하는 출판사인데 왜 이런 촌빨 날리는 일러스트를 표지화 했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중국에서 나온 원서가 그런 거더라. 출판사는 원서의 느낌을 그대로 전했을 뿐이고... 그 참 이해가 안 되는... 책 속의 괜찮은 제목 포스터 하나를 표지화해도 이것보다는 나았을 건데... 중국인들의 출판문화는 우리와 많이 다른가 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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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의 생각 - 사장은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해결하는가
신현만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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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경영학을 전공했다곤 하나 나는 내 자신이 CEO 감이 아닌 걸 금방 깨달았다. 흔히 말하는 '왕관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깜냥이 아니라는 거지. 경쟁적 직장 생활은 체질적으로 버티기가 쉽지 않았다. 조용하고 차분하다는 것은 소심함과 여린 감성의 다른 표현일 뿐이었다. 경쟁자들의 후흑(厚黑)함에 몇 번 상처를 받자, 부딪혀 이겨내기 보다는 그냥 상대하지 않는 쪽으로 변해갔다. 남 앞에 나서길 좋아하지 않게 되었고, 그러면서도 자존심은 쓸데없이 강하니 그저 내 몸 하나 건사할 뿐이다. 당연히 '사업' 이런 걸로 인생 승부를 내겠다는 야망 같은 거 없는 편이다. 그러니 경영·경제 관련 책을 읽어도 CEO 분야의 책은 나와는 거리가 좀 먼 영역이었다.

 

<사장의 생각 - 사장은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해결하는가>... 사장... CEO... 이런 제왕학은 정말 손이 안 간다. 신간평가단 이런 이유가 아니면 스스로 읽지는 않을 듯한... 약간 심드렁하게 책을 넘긴다. 프롤로그 '사장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을 읽고 있을 때만 하여도 그저 그런 '~하라' 류의 자기계발서 이겠거니 싶었다. 솔까 내 직장의 CEO도 종종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출발선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장은 직원이 보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본다. 직원이 보는 세계가 전부가 아니다. 사장의 판단이 종종 직원과 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임직원들이 사장의 생각과 고민을 이해한다면 직장 생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말 그럴까?

 

많이 놀랐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이 책은 사장이 아니더라도 샐러리맨이라면 꼭 한번 읽어둘만한 책이었다. 일단 <Q & A>에서 사장의 어떤 고민에 대한 결론적 답을 하고, 이어 그 답에 대한 배경을 설명해 나가는 모양새이다. 그런데 고민의 원인을 참 세밀하게 제대로 들여다본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대로 파악·진단하니 그 처방에 설득력이 더해진다. 보통의 '~하라'는 자기계발 책과는 격이 다르네. 우리 사장님이 왜 그러는지, 그래서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정말 한 수 배웠다. 기업이 설립되고 2년도 안 돼 절반 이상이 문을 닫는다고 하고, 5년 뒤까지 살아남는 기업은 30%가 채 안 된다고 하는 시대. 이 책의 카피처럼 이 책은 "사장은 감춰 보고, 직원은 훔쳐봐야 할 책!"임이 분명하다.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글들이 많았다. 임원의 성과는 실적이 아닌 리더십이란다. 성과를 만들어내는 리더십을 말하는데, 성과를 위해서는 때로 직원들에게 쓴 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하고, 냉정하게 그들의 요청을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단다. 내 성격 때문에 '착한 상사 콤플렉스'에 걸려 있었던 건 아닐까. 착한 경영자, 착한 임원은 존재할 수 없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성과가 부진한 임원은 봐줄 수 있어도 철학이 다른 임원은 같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그동안의 인사가 눈에 바로 그려지더라. CEO들은 임원들의 '충성심'이 중요하다는 거지. CEO의 경우에도 '착한 사장'으로 남고 싶은 유혹을 버려야 한다는 말에 공감을 많이 했다. 경영자는 회사를 마지막까지 책임지고 지켜야 하는 사람이므로...

 

내가 근무하는 회사는 최근 '혁신'을 부르짖고 있다. 이 책에서 "혁신을 원한다면 '내 사람'부터 버려라(인적쇄신)", "문화를 바꾸려면 사람부터 바꿔라(조직문화 혁신)"라고 조언하는데 가는 방향이 제법 닮아 있다. 측근을 멀리 보내고 혁신의 주체를 새로 세운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다. 또한 잘못된 관행과 관습의 뿌리를 찾아 조직의 문화를 바로 잡는다는 것은 많은 저항을 동반한다. 특히 많이 배운 이른 바 '똑똑한' 직원일수록 설명 없는 개혁에 반감이 많은 편이다. CEO의 생각이 직원들에게 전달되려면 CEO가 하는 말이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느끼게 해야 한다는 조언하는데, 이런 점에서 '내용은 구체적으로, 소통은 필사적으로' 행하려는 우리 신임 CEO의 열정이 이 책과 닿아있다. 마치 이 책의 저자에게 컨설팅을 받고 그대로 행하는 듯한... 

 

문제직원을 내보내면 문제가 사라질까? '내보낼 수도 없고, 그냥 놔둘 수도 없고!"... 이건 중간 관리자급인 나의 고민이기도 하다. 트러블 메이커, '부정 바이러스' 같은 팀원을 다른 부서로 보내야 하는 지 고민하고 있으니까. 갈 길이 다른 직원은 빨리 떠나보내야겠지만, 그들이 왜 골칫덩이가 되었는지 조직 차원에서의 소통재개(면담)를 우선시 하는 처방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물론 '나는 이야기했지만 상대방은 들은 적이 없는' 하나마나한 이상한 소통 말고... '끝을 볼 때까지 소통을 멈추지 마라'는데 글로벌 기업 인사담당자의 말에 의하면 세 번 정도의 면담이 진행되면 문제 직원의 80~90%가 상사의 뜻대로 태도를 바꾸거나 회사를 떠난다고 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중간 관리자 이상은 이 책을 필독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외에도 보스의 눈높이만큼 생산성이 올라간다(목표 공유), 평가가 없으면 성과도 없다(직원평가), 작은 비리 정도는 눈감아줄 수 있지 않을까?(투명성), 스타직원에 의존하지 말고 시스템에 투자하라(시스템경영),  유능한 직원이 떠나면 재기의 기회도 함께 떠난다(인력감축), 고객에게 주파수를 맞춰라(고객지향), 가격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전략(저가전략 대응), 미래도 출발선은 언제나 현실이다(신규사업), 사업 성패, 포기하는 용기에 달려 있다(매몰비용) 편이 특히 와 닿았다.
한 때 GE의 CEO였던 잭 웰치는 자기 시간의 75%를 핵심 인재를 찾고 채용하고 평가하는데 썼다지. 할 게 무지 많은 CEO가 인재관리에만 신경을 쓴다고? 아주 의심스러운 말씀이지만 이 책은 이런 일이 맞다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 '성장하는 기업 vs. 조로하는 기업 : 차이는 '사람 경영이다'라는 원론적인 말씀이 왜 '근본'인가를 느끼게 하는 책읽기였다. 편견 없이 읽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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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 김영하의 인사이트 아웃사이트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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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불문하고 책 좀 읽는 잡독파에 속하지만 의외로 소설책은 읽지 않는 편이다. 생각해 보니 조병화, 박경리, 황석영, 이문열, 조정래 선생 등 나름 대작가 반열에 오른 분의 책은 거의 다 읽은 듯한데, 중견 이하 신진(?) 작가의 경우 이상 문학상 정도에서 간단히 대하는 정도... 그러다 보니 어떤 글을 보면 내용이 뭔지는 알겠는데 정작 그 작가가 누구인지 아리송할 때가 더러 있다. 그런데 김영하! 이 소설가의 이름은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작년 말에 <살인자의 기억법> 리뷰를 쓰면서도 밝힌 적이 있는데, 그 이유는 한 일간신문에 연재되었던 소설 <퀴즈쇼> 때문이다. 매일 신문소설을 읽다보니 작가 이름이 저절로 각인된 거지. 그때 참 감각적인 '젊은 글빨'을 보여준다고 느꼈더랬다. 신선하고 쌈빡하더만...

 

그 이후로도 이 소설가의 책을 몇 권 찾아 읽었는데, 대단히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필력(이런 걸 도회적 감수성이라고도 하는 모양...)으로 젊은 독자들에게 어필하지만 그 철학적 내공은 아직 초고수의 경지가 아니라는 나름의 평가를 하고 있었다. 이런 느낌은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고 나서도 크게 해소되지 않았더랬다. (심드렁하든 고뇌하든) 흡입력 있는 심리적 주제를 이슈화하여 맛깔스럽게 끌고나가는 능력은 분명히 탁월하였으나 그걸 종교나 철학의 깊이로 풀어내는 맛은 완전한 토종 된장국 맛이 아니라 MSG 맛도 느껴지더라. 소설가의 체험적 삶의 깊이가 (소설가의 나이에 부응하는)그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 거지... (여러 영하바라기님 너무 분개·질타 마시라. 그냥 인간 김영하를 잘 모르는 일개 독자의 감상일 뿐이다.)

 

<보다 · see · 見>,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이다. 평소 에세이집은 잘 안 읽는데 그나마 몇 안 되는 친숙한(?) 이름에 이끌려 손에 잡아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가 보고 다루는 생각의 자유로움이 인상적이었고, '작가다운' 이색적 통찰과 지적 성찰의 세계도 엿볼 수 있더라. 읽은 시간이 아깝지 않았으며, 김영하란 소설가의 밑바탕이 탄탄하다는 걸 (겉멋만 든 사람은 아니구나!) 느꼈다. 가장 흥미로웠던 글은 영화 <설국열차>에서 편집당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머리칸 꼬리칸'이었다. "정치인들은 기차의 파멸을 막고 있는 게 자기들이라고 생각하죠. 천만의 말씀. 나 같은 장사꾼들 덕분에 사람들이 폭력 없이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자발적으로 나누게 되는 거죠. 평화? 그건 장사꾼들이 만드는 거예요(37쪽)". 아~ 와 닿는다.

 

기타 여운을 남기는 문장이나 느낌은 아래에 정리하도록 하고... 작가가 "제대로 메시지를 송출하기 위해서라도 내가 사는 사회 안으로 탐침을 깊숙이 찔러 넣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보는 것, 듣는 것, 경험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말하는 26편의 글을 통해 내가 느낀 아웃라인은, 그가 쉽고 부드러운 문맥을 다루면서도 예리하게 우리의 익숙한 현상을 약간 낯설게 들여다보는 재주를 가졌구나~ 하는 거였다. 조금 다르게 표현하면, 불평등하고 자기 마음대로 안 되는 현실의 세계를 적 ·당 ·히 진보적인 사유와 또 무던한 윤리적 가치관으로 엮어낸다는 그런…….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작가는 사회의 부조리한 현상을 들여다보고 풍자는 할지언정 그 구조적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소설화할 성격이 아닌듯하다는 이야기)

 

어쨌거나 일상생활의 경험을 끊임없이 숙고하는 '작가 정신'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아마 이런 면면이 내가 이 작가에 호감을 갖고 있었나 보다. 하지만 나는 그의 작가적 역량에 의심! 하나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가 흡입력 있는 소설로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인물이 엮이는 다중플롯의 작품, 철학이든 인문적 사상이든 어떤 흐름을 긴 호흡으로 이끌어 나가는 보다 긴 장편을 쓸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다. 그의 이미지는 상당히 '도회적이고 시크한 (수수하면서도 빈티지한) 글꾼'인지라 그의 경험치가 그런 역량을 내포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거다. 그래서 초고수로는 아직 인정할 수 없다고 했던 거고... 이런 느낌은 이 산문집을 읽고서도 그닥 변하지 않았다. 아무쪼록 이 나라 문단에 큰 족적을 남기는 소설가이길 바라며 그만 마무리를 해야겠다...

 

기타 짧은 느낌을 정리해 보면...

○ 마르셀 에메의 <생존 시간 카드>를 모티브로 쓴, 시간의 상대적 불평등을 다루는 '시간도둑'편은 그렇게 새롭진 않았다. 그래도 스티브 잡스가 마르셀 에메의 소설을 더 나쁜 방향으로 실현시켰다는 부분에 공감이 가더라. 

 

○ 자유 아닌 자유... 여기서 뭔가 생각거리가 있었는데... "물론 세일즈맨은 고객이 물건을 사도록 유혹할 자유가 있고 고객은 그 유혹에 넘어갈 자유가 있다. 이때의 자유란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는 정치적 개념이라기보다 강력한 저항이 없는 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제 뜻을 이루겠다는 힘의 논리를 의미하는 것이다(20쪽)." 

 

○ 등장인물의 부와 가난을 가장 효과적으로 들어내는 방법은 뭘까? 그건 무지! 가난에 대한 무지, 부에 대한 무지란다...(25쪽) 감탄사 터짐.

 

○ 숙련 노등자의 비숙련 노동자로 대체되고 비숙련 노동자는 기계로 다시 대체되는 현상은 이제 전 지구적 현상이 되었다(44쪽). 젊은 청춘들의 백수... 가슴 아프다.

 

○ 영화 <건축가 개론>에 대해 언급한 부분도 참 마음에 들었다. 서연은 왜 승민에게 "너와 살고 싶다. 그러니 우리가 함께 살 집을 지어다오"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않는/말할 수 없는 것일까. 라캉은 히스테리자를 “자신의 욕망을 만족되지 않은 상태로 유지하려는 주체”로 정의한 바 있다. 영화 전체를 통해 서연은 타인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으로 바꾸는 식의 게임을 벌인다. 병든 아버지를 빌려 승민에게 접근하고 승민을 빌려 아버지를 만족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서연의 진짜 욕망은 타인의 욕망으로 은폐돼 있다. 은폐돼 있는 욕망이 어찌 만족을 알겠는가(73쪽)

 

○ 서연은 제 욕망을 타인의 욕망으로 바꾸려는 여자다. 그래서 늘 자기를 속인다. 옛 남자를 찾아간 이유는 오직 아버지에게 집을 지어주려는 효심의 발로이고 옛 남자에게 넥타이를 선물하는 것은 오직 그 남자가 패션 감각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자기 욕망을 차마 들여다볼 수 없기에 승민의 욕망을 통해 자기가 누구이고 뭘 원하는가를 알아내고자 하지만 과거의 뼈아픈 경험을 통해 그녀가 어떤 여자인지 겪은 바 있는 승민은 그녀를 두려워한다. 자신이 뭘 욕망하는지를 모르(는 척 하)면서 오직 타인을 통해 그것을 알아내고자 하는 서연 같은 여자, 참 피곤하다. 그런데 남자들은 늘 그런 여자들에게 매력을 느낀다. 남자 역시 여자의 욕망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발견하기를 원하기 때문일 터... (75쪽)

 

○ 영화 <마스터>를 보고 쓴 글도 마음에 든다.... 어느 날 랭카스터는 프레디를 데리고 사막으로 간다. ‘마스터’ 랭카스터는 프레디에게 오토바이를 타고 정해진 지점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시험을 부과한다. 오토바이를 타고 사막을 달리던 프레디는 반환점을 돌지 않고 그대로 달려가 버린다. 탁 트인 바다에서 제멋대로 살던 디오니소스적 인간이 끝내 길들여지지 않은 채 아버지가 정한 선 밖으로 탈출하는 장면은 통쾌하고 짜릿했다. 비록 우리가 나약한 어린아이로부터 비롯되었다 해도 부모가 우리에게 부과한 그 굴레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희망을 나는 거기에서 보았다. (83쪽)

 

○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미래의 시점에서 현재의 파국을 상상해보는 것은 지금의 삶을 더 각별하게 만든다. 그게 바로 카르페 디엠이다. 메멘토 모리와 카르페 디엠은 그렇게 결합돼 있다. (90~ 91쪽)

 

○ 가장 끔직한 악인 죽음은 우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존재하는 한 죽음은 오지 않고, 죽음이 오자마자 우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폴커 슈피어링, <철학 옴니버스> (93쪽)

 

○ 삶이 이어지지 않을 죽음 후에는 전혀 무서워할 것이 없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이해한 사람에게는 삶 또한 무서워할 것이 하나도 없다.(알랭 드 보통, <철학의 위안> (98쪽)

 

○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겪은 일을  '진심'을 담아 전하기만 하면 상대에게 전달되리라는 믿음 속에서 살아간다. 호메로스는 이미 이천팔백여 년 전에 그런 믿음이 얼마나 헛된 것인가를 알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진심은 진심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진심 역시 '잘 설계된 우회로'를 통해 가장 설득력 있게 전달된다. 그게 이 세상에 이야기가, 그리고 작가가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115~116쪽)

 

○ '연기하기 가장 어려운 것' 편에 보면 먼로를 통해 소설가가 하고픈 이야기가 호소력이 있다... 조이스 캐럴 오츠는 메릴린 먼로를 모델로 한 역작 <블론드>에서 조 다마지오와의 결혼생활, 즉 끝없이 이어지는 일상을 힘겨워하는 메릴린 먼로의 육성을 들려준다. "대디, 난 너무 무서워요. 영화 밖 실제 사람들과 함께하는 장면은 왜 이렇게 '끝없이' 이어지기만 하는 걸까요? (…) 멈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123쪽)

 

○ 안나 아르카디예브나는 책을 읽었고 이해도 했지만 읽는다는 것, 즉 책에 쓰인 타인의 생활을 뒤따라간다는 것이 불쾌했다. 그녀는 무엇이든 직접 체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안나 카레니나> 파묵은 이 대목을 길게 인용하면서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 풍경으로 들어가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더 나아가 소설은 '심리적 3차원'의 세계라고 천명한다. (125쪽)

 

○ 운명은 앞에서 날아오는 돌이고, 숙명은 뒤에서 날아오는 돌입니다. 앞에서 날아오는 돌이라고 다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힘이 들지요 (148쪽)

 

○ 우리의 운명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운명예정설 따위를 믿을  게 아니라면 믿을 수 있는 것은 하나밖에 없다. 우리에게 자기실현적 암시가 꼭 필요한 인생의 순간들이 있다는 것. 그 암시가 꼭 점쟁이나 관상쟁이에게서 나올 필요는 없겠지만 말이다.   (154쪽)

 

○ 연옥은 천국과 지옥 중간에 있다. 로마 가톨릭이 연옥을 창조해낸 것은 천국과 지옥의 이분법만으로 사후세계를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연옥은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세계다. 지옥처럼 괴롭지도, 천국처럼 행복하지도 않다. 연옥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그곳에 머무는 기간이 얼마가 될지 모른다는 데 있다. 또한 연옥에 머무는 자는 스스로 그곳을 탈출할 방법을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언제까지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하염없이 머무는 곳, 거기가 연옥이다. (177쪽)

 

○ 우리는 우리 자신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가장 무심하게 내버려둔 존재, 가장 무지한 존재가 바로 자신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지 모른다.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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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잎이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단풍보다 훨 고운 가을의 색깔을 담고 있다.
그 깊은 만추의 흔적에 잠시 취했다가 문득, 무가상인無可上人의 오언절구를 떠올린다.

 

聽雨寒更盡(청우한경진), 開門落葉深(개문낙엽심)

 

빗소리를 들으며 차가운 밤을 보냈는데, 문을 열었더니 낙엽만 수북... 하더란 거다.
낙엽 = 빗소리 였다는거지... 대단한 비유...

가을엔 저런 감성이 내게 다가왔으면 한다...

 
1. 양심 경제 - 착한 회사가 위대한 성공을 낳는다 

자본주의 경제에 양심이란게 있기나 할까? 배금은 언제나 양심과 반비례 하는 듯하다. 가끔씩 사회환원이란 희귀 단어가 등장하긴 하지만... 

 

2. 옥스브리지 생각의 힘 

상당히 흥미로운 책이다. 천재급들의 학생들은 어떤 답을 내 놓았을까? 궁금타...

 

3. 도덕경으로 읽는 리더십 

 도덕경도 리더십으로 연결되는가? 그 참 궁금할세...

 

4. 철두철미한 시스템의 힘, 상군서

 상앙의 상군서... 신동준님 정말 부지런하구나...

 

5. 상속전쟁 - 가족과 틀어지고 세금에 울어버린 사람들의 기막힌 이야기 

 
이거 남의 일이 아니더라...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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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평가단에 뭔가 문제가 생겼다. 도서정가제 위반이라나 뭐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란 곳에서 "판매용 도서를 홍보활동일지라도 도서무료증정은 가격 100%할인으로 위반입니다."이런 통보를 받은 모양...)

위반여부가 결정될때까지 모든 운영을 일단 유보한단다.

 

일단 뭔 말인지 찾아보니,

도서정가제 관련 법률 -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22조(간행물 정가 표시 및 판매)
⑤항을 보면,

"제4항에도 불구하고 간행물을 판매하는 자는 독서 진흥과 소비자 보호를 위하여 정가의 15퍼센트 이내에서 가격할인과 경제상의 이익을 자유롭게 조합하여 판매할 수 있다. 이 경우 가격할인은 10퍼센트 이내로 하여야 한다."라고 되어있고,
⑦항에

"제5항에서 "경제상의 이익"이란 간행물의 거래에 부수하여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을 들고 있는데 여기서 5번 "소비자가 통상 대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는 취득할 수 없는 것이라고 인정되는 것"이 문제가 되는 모양이다.
1. 물품  2. 마일리지 3. 할인권  4. 상품권  5. 제1호부터 제4호까지에서 규정한 것 외에 소비자가 통상 대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는 취득할 수 없는 것이라고 인정되는 것...

 

이해가 살짝 안된다.

"독서 진흥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서평단이나 평가단을 하면 안된다? 참 개가 웃을 이야기이다.

알라딘 신간평가단의 경우 특정출판사의 일방적 홍보 의지에 의해  책을 받는 것도 아니고(일반적으로 20분의 다추천에 의해 정해지므로 불특정임), 칭찬일변도의 리뷰도 아닌데...

경제상의 이익이란 곧 간접할인을 말하는건데, 신간평간단에게 제공되는 책은 "간행물을 판매하는"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책에도 '기증' 또는 '증정'이라고 도장이 찍혀있고...(일반적으로 이런 책은 중고책으로도 팔지 못하는게 불문율이다)

그리고 평가단의 호평 리뷰가 출판사에게 또다른 의미의 '경제상의 이익'이 될 수도 있겠지만 호평이 아닌 경우도 많아 오히려 불이익(?)이 되기도 하는데... (하긴 이것도 광고라면 광고다)

 

돌이켜보면 누구를 위한 도서정가제인지 모르겠다.
한 때 조금 내린듯한 신간도서가격은 정가제 이전과 이제 별 차이가 없어보이는데...
나에게 지금의 도서정가제는 단통법과 비슷한 느낌으로 와닿는다. 

정작 소비자에겐 불편하고 도움이 안된다는 거다.

서평단이나 평가단의 순기능(국민 독서량 증대)을 생각해 본다면 도대체 누가 딴지를 걸도록 부추겼는지 궁금하다.

조금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서평단 이런 건 소규모 출판사에겐 큰 광고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데... 이걸 막아버리면 결국 자금줄 넉넉한 대형사에게 또 유리한 제도가 되어버린다. 홍보의 기회마저 박탈해 버린, 자본논리도 아닌 도서정가제... 참 이해 안되는 제도이다.

 

딴지거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너거들 정체가 도대체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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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1-01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을 책에 멀리 하게 만들려고 작정한 것 같아요. -_-;;

표맥(漂麥) 2015-11-02 14:56   좋아요 0 | URL
서평단이나 평가단이 나름 독서 활성화에 기여하는 바가 있는데... 도서정가제 관련자들의 생각이 많이 틀린가 봅니다. 에궁... ^^

바람향 2015-11-01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우울한 소식입니다ㅠㅠ 요샌 날씨도 갑자기 추워지고,,, 기분 좋은 일이 없네요ㅠㅠ

표맥(漂麥) 2015-11-02 14:57   좋아요 0 | URL
그래말입니다. 참 이해가 안되는 우울 소식이더군요... 춥습니다 추워요... 이런 날 우리들 건강은 더욱 지켜야죠... 홧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