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하오 미스터 빈
하 진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요즘 젊은 사람들 답지 않게 신문을 받아본다. 그것도 조선일보. 특별히 남편과 나의 정치적 성향이 보수적이라서가 아니라(사실 보수적이긴 하다.) 조선일보 판촉 사원이 롯데백화점 상품권으로 유혹을 했기 때문에. 별로 읽을 거리가 없긴 한데, 주말 섹션 하나만은 볼만하다. 그 중에서도 북섹션.

이 책 『니하오 미스터 빈』도 어느 주말 아침, 조선일보 북섹션에 실려 있던 책 소개 기사를 보고 주문했던 책이었다.

중국 작가의 책은 위화, 쑤퉁을 거쳐 이 작가가 세번째.
위화와 쑤퉁이 중국에 거주하며 중국어로 작품활동을 한다는 것과는 달리, 하진은 미국에 거주를 하며 중국어가 아닌 영어로 창작활동을 한다. 모국어가 아닌, 학습된 언어로 창작을 하는 사람들의 특징인 것일까, (한국인 이창래-영어로 글을 쓴다, 벨기에인 아멜리 노통-프랑스어로 글을 쓴다.) 문체가 몹시 단정하다. 마치, 문법책에 나오는 문장들처럼. (물론 번역가의 영향도 있을테지만.)

그 단정한 영어로 그려내는 세계는 의외로 대단히 중국적이다. “중국적” 이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여러가지로 생각해 보았지만, 글쎄. 한국의 “한의 정서”라는 걸, 한국인은 분명히 감지해 내고(물론 외국인도 감지해 내겠지.) 존재를 알고 있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설명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중국적인 정서라는 것 또한, 분명, 중국만의 특이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위화, 쑤퉁, 하진의 소설에서 구사하고 있는 유머는 분명 한국인 작가들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 그것이 어떻게 다른지는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다. 그저, 다르다. 국민성이 다른 것과 같이.

웃음조차, 대륙적이라고 할까. 말 그대로 스케일이 다르다. 웃음의 스케일이. 웃음을 이끌어내는 방식과, 웃음을 유발해내는 상황 등이, 아, 정말 중국적이군 싶게.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와 비슷한 유형의 유머이긴 한데, 이 소설의 주인공 샤오 빈은 위화의 허삼관과 닮은 듯 하며 다르다. 허삼관이 만들어 내는 유머 뒤의 찡한 눈물 같은 게 없다고 해야하나. 무게감은 비슷한데, 그 뒤의 느낌이 다르다.

일종의 슬랩스틱 코메디를 보듯 깔깔 웃어가며 볼 수 있는 책이다. 분량도 적당하고, 한 두시간 정도 몰입해 읽기 딱 좋다.

하진, 이 작가, 글 참 맛깔나게 잘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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