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학생운동을 했었다는, 노동운동을 했었다는 알 수 없는 근거에서 나오는 이상한 으스댐을 바닥에 깔고 시작하는 그녀의 초기 소설들은 나를 몹시 짜증나게 했다. 게다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류의 소설에서 보여주는 설익고 유치한 페미니즘은, 그 소설을 읽었을 때 고작 고2였던 나를 질리게 만들었었다. 그야말로, 아유, 잘난척은. 잘난 것도 하나 없는 게. 라고 중얼거리게 했달까. 나에게 공지영은 싸구려였다.
그녀가 역시나 싸구려에 불과했던 『착한 여자』이후 더이상의 소설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 나에게는 하나도 아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그러고 보면 난 또 이렇게 싫어하면서도 그녀의 소설은 꼬박꼬박 챙겨 읽었다. 음. 라면에는 라면의 맛이 있는 법이고, 난 라면을 좋아하지만, 라면이 좋은 음식이라고 말하지는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랄까.
이 책을 읽은 건, 김훈의 책에서 이 책의 부분을 발췌해 놓은 것을 읽었기 때문이다. 고아원에서 장애가 있는 아이를 안아주는 이야기. 보모가, 그 아이들을 안아 주지 말라고 말리는 그 이야기를 읽었던 탓이다. 그리고 하느님께 애원을 하는 이야기. 그 사람을 죽여달라고.
어쩔수 없이. 인정해야 할까보다.
그녀. 글 참 잘 쓴다.
누군가의 글쓰는 재능을 인정하며 고까워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에잇 짜증나지만, 너 글 참 잘쓴다, 라고 인정한다.
끝내, 라면도 맛은 있지. 라고 사족을 붙이고 마는. 나의 인색함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