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파괴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중국에서 살았던 작가의 유년기가 잘 녹아있는 작품. 작가 스스로 이 작품은 실화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작가의 뛰어난 이야기 솜씨가 덕에 논픽션임에도 불구하고 어지간한 픽션보다 훨씬 탄탄한 구조를 가지고 흥미롭게 쓰여졌다. (그렇다면, 독일인 아이를 오물통에 빠뜨리는 이야기 역시 실화였단 말인가?)

이 작품의 아이들은 천진난만 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지나치게 천진난만하여 지나치게 잔인하다. 배설물들을 모아 고문용 통을 만들어 독일인 아이를 거기에 절이기도 하고, 토하는 것으로 공격을 하기도 하고, 배달되어 온 요구르트를 죄다 마셔버리고 거기에 오줌을 채워두기도 한다. 결과에 연연해하지 않음으로 해서 훨씬 잔인해 질 수 있는 것인가?

그러나 아이들의 잔인성이란 외적인 것에서보다 내적인 것에서 훨씬 강하게 드러난다.
아이들은 그 본성에 가식의 덧옷을 씌울 줄 모르기 때문에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은 더욱 강하게 살아나는 것 같다. 사랑도, 미움도, 동경도, 증오도. 이성과 절제라는 필터가 사라진 그 감정들은 성인의 그것보다 훨씬 선명하게 훨씬 강렬하게, 훨씬 잔인하게 드러난다.

하여 동경이 사랑으로 변해가는 과정도, 그 사랑이 미움과 증오로 파괴되어 가는 과정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확실히, 아멜리 노통은 어린 소녀의 심리를 묘사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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