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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성석제 지음 / 창비 / 2002년 6월
평점 :
문학상을 어떤 보증서로 여긴다는 발상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각자의 문학상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를 것이고 그 추구하는 바에 어울리는 작품에만 상을 줄 터이니 그 문학상이 추구하는 방향과 전혀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문학상 수상작품집이란 별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수식어가 될 수도 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문학상 수상 작품집이나 수상작가의 작품은 베스트셀러가 되기 마련인 것을 보면 문학상이란 분명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인정할만한 장점들을 두루 가지고 있는 작품들에게 주어지는 모양이다. 물론, "문학상 수상 작품(또는 작가)"라는 말이 판매고를 높여준다는 것도 인정한다.
이 책은 2002년 동인문학상(조선일보주관)을 수상하기 전에 이미 2001년 제1회 황순원 문학상(중앙일보주관-박완서 《그리움에 대하여》수상)의 후보작품에 올랐던 작품이다. 여기저기 문학상에 많이 불려 다니는 걸 보면 좋은 소설이긴 한가보다. ^^
성석제 소설집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의 가치는 비 일상성에 있다. 이 책의 언어는 생동감 있다. 재치있고, 유머러스 하며, 한편으로 비애감도 깔려있다. 화려한 수사법을 쓰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맛깔스러운 문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 성석제의 재능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이 책은 언어의 향연, 잔치, 축제다.
향연이든 잔치든 축제든, 일상 생활과는 유리되어있다. 소설의 인물들도 일상과는 유리되어있는 비범한 인물들이다. 황만근, 천하제일 남가이, 쾌활냇가의 증경회장 정만기, 천애윤락의 동환 등등, 이들은 모두 범상한 인물은 아니다. 이들의 비범함이 성석제의 언어의 축제와 맞물려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다. 인물이든 문장이든 어느 한쪽이라도 리얼리즘 쪽으로 움직였다면 이 소설집은 실패할 뻔했다.
잔치라는 것은 늘, 즐길 때는 즐겁고 신나는 법이요, 돌아서면 곧 잊고 본래의 생업에 매진해야 하는 인생의 짧은 이벤트와 같은 것, 생업에 매진하는 동안에도 잠시잠깐 생각하며, "그땐 즐거웠지."라고 씨익 웃을 수 있는 휴식이 되어주는 것- 이 소설의 가치도 그러한 데서 찾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