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부리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양장본
김중미 지음, 송진헌 그림 / 창비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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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읽으면서도 내가 느낀 것은 작위성이었다. 본디, 신파랑 가장 만만하게 잘 팔리는 재료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 신파를 만들기 위한 작위성이 지나치다. 집을 나간 엄마, 일하러 가서 자식들을 버린 아버지, 부두 하역일 중에 죽어버린 아버지, 암으로 죽은 어머니, 본드를 부는 형, 점심도 먹지 못하는 아이들, 아버지의 폭력 때문에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아들, 피자가 얼마인지도 모르는 가난한 청년……. IMF로 망가진 서민의 생활을 보여주겠다는 야심찬 기획은 좋은데 이런 불행의 나열은 지나치게 작위적인 느낌을 준다. 아무래도 '기획'에 의해 쓰여진 소설 같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소설을 처음 쓰게 된 동기야 어쨌건, 소설은 잘 쓰여지고 재미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가치를 가진다. 그런데 이 소설은 별로 재미도 없고 잘 쓰여지지도 않았다.

이야기 구조는 엉성하고, 각각의 인물과 그 인물에 따른 에피소드는 일종의 옴니버스 소설을 모아놓은 것처럼 따로 놀고 있으며, 아이들을 책임지게 되는 영호의 행동에는 타당한 이유가 설명되어 있지 않다. 스물 여남은 살의 청년이 문제아 남자아이를 셋이나 거둔다, 이런 일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면 당연히 거기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할 터인데 작가는 '감동'을 창출하기에 골몰한 나머지 그런 억지는 그냥 휘-익- 넘어가고 만다.

문장은 설익었다. 어설픈 수기의 문체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에 다름 아니다. 더구나 이 짧은 분량의 소설 안에서 숙희, 숙자, 동준, 동수, 명환, 영호, 명희 그리고 숙희 숙자의 어머니 이야기까지 모두 담으려 하다보니 소설은 중심 줄기를 잃고 더욱 산만해지게 된다. 문체도 산만하고 이야기는 식상한데 구성까지 산만하면 도대체 이 소설에서 무엇을 얻어야 한단 말인가?

소설이 줄 수 있는 감동은 억지스런 신파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비참한 사람만이 고귀해질 수 있다고는 하지만, 처음부터 비참해지는 길로만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청준이 2002년 동인문학상 제 3차 독회에서 한 이야기. 조선일보 02.1.7일자 발췌)이 이야기를 작가에게 꼭 해주고 싶다. 좀 더 묵힌 다음에 오래오래 고민해서 글을 쓰시라고. (그런데 괭이부리말 아이들 2까지 나왔다고 하더군. 차암... 에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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