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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김훈 지음 / 푸른숲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읽은 날 : 2005. 7. 31
「개는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뎌야 한다. 그러나 그것을 어찌 견딜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고 해서, 견딜 수 없다면 또 어떻게 할 것인가.
김훈, 『개』, 푸른숲, 2005, p. 182-183」
나는 김훈의 그 특이한 마초이즘을 좋아하는데, 김훈의 마초이즘은 다음과 같다.
"나는 여자의 능력은 불신한다. 그러므로, 일언이 폐지하고, 밥과 돈을 버는 것이 남자의 일생이다."
여자의 능력을 불신하기 때문에 돈과 밥을 버는 것은 남자의 몫이라고 말하는 남자. 불신하는 그 능력에 기대는 비열함은 보이지 않는 남자. 나는 그래서 김훈의 마초이즘을 좋아한다.
이 책에서는. 수컷 진돗개 보리의 시선을 통하여 이 땅에서 수컷으로 살아가는 것의 서글픔과 삼엄함을 끝도 없이 말한다.
「비 오는 날, 마을 회관에 모여서 할일 없이 술 마시는 뱃사람들의 몸에서도 그런 냄새가 났다. 수컷의 비린내와 땀냄새에 배에서 쓰는 경유 냄새가 절여진, 퀘퀘하고도 끈끈한 냄새였다. 그 사내들도 나처럼 수컷으로 태어난 신세가 슬프고 답답한지를 물어볼 수가 없었다. 나는 그 사내들을 향해 컹컹 짖었다.
김훈, 같은 책, p. 146」
수컷으로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어떤 것일까. 수컷인 보리가 암컷인 어미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듯 암컷인 나도 수컷인 이 세상 남자들의 고단함을 알지못한다. 그저 그들도, 여자로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내가 고단해하고 서글퍼하는 만큼이나 고단하고 서글프게 이 세상을 견디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답답한 상상을 할 뿐.
그러므로 김훈의 말대로 "세상은 여전히 고통 속에서 눈부시다."
김훈의 아름다운 문체미학이 여전히 살아 숨쉬는 책. 조금 더 질박해지고, 조금 더 투박해졌지만 화려한 명문은 그대로다. 음. 그러나, 너무 튀는 문체여서 그럴까. 이제는 조금 지겨워지려고 한다.
사내로 살아가는 것의 힘겨움을 역설하는 내용에도, 그 화려한 문체에도.
2005. 8. 1 by ashi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