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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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인걸 오늘 알았다. 평소에는 내 일상에 몰두하고 가끔씩 세상 읽어주는 책을 읽으면서 자족감을 얻기도하면서 한 해의 삼분의 일을 보냈다. 이 책이 사고를 넓힐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 분명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무력감을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현상을 인식하는 데서 사고가 출발하지만 행동보다 사고는 하위 단계라고 난 믿고 있기 때문이다.

부자나라들의 행태를 미디어를 통해 보는 것은 영화를 보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비관적 생각이지만 신자유주의에 뇌세포를 점령당한 사람들이 주변에 널리고 나 또한 내 뇌세포를 기꺼이 내주고 있다. 가끔씩 이런 알찬 시각들로 뇌세포를 닦아보려고 하지만 잠시일 뿐 곧 원위치로 돌아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류의 책은 반드시 존재해야하고 여러 사람이 읽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계기에 자꾸 부딪치면서 서서히 이루어지는 게 변화다.

요즘 신문이나 TV뉴스는 전시를 방불케 할 정도로 끔찍하고 시끄러운 일들로 가득차 있다. 목소리 높여 외치는 사람은 많지만 소신있는 사람을 찾는 건 힘들다. 소신이란 현상에 대한 통찰력을 지닐 때만 드러난다.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부유한 나라들이 선전하는 슬로건을 뒤집어볼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 많은 나라는 미래가 밝을 것이다.

이 책의 미덕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부자나라들의 슬로건에 길들여졌다는 걸 발견하도록 해 준데 있다. 정말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고, 특히 집권층이 읽었으면 좋겠다.

*저작권/경제와 문화/경제의 상관관계는 무척 흥미롭다. 이 분의 시선은 기본적으로 비판적이지만 바탕에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관점을 취하고 있어서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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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풍경 - 박태원 장편소설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10
박태원 지음, 장수익 엮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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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구보씨의 일일>로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다. 물론 난 소설가 구보씨를 읽지 않았다. 그러나 구보씨를 알고있고 천변풍경을 집어들었다. 해제에 실린 평론을 보니 모더니즘과 사실주의의의 중간 지점으로 평가를 받는 것 같다. 아무렴 어떤가. 모더니즘. 사실주의란 말은 이제 신물난다. (사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서구의 모더니즘 보다 약 1세기 가량 뒤늦은 게 아닌가, 혹은 한국 사회에서 진정 모더니즘이 존재하던가, 하는 회의주의적 관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18세기 서구에서 피어났던 계몽주의 관점과 더 닮아 있는 것도 같다. 모더니즘이 적어도 부루주아지에 대한 혐오를 비추었다면 천변풍경에서는 비판은 물론이고 혐오는 더더욱 읽을 수 없다. 현실을 묘사하는 것으로 사실주의와 맞닿아 있다고도 할 수 있지만 석연치 않다.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전지적 작가 시점은 사실주의에서는 낯선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모더니즘 내지는 근대는 한국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근대, 그러니까 고종 이후의 한국 사회에 대해 난 서구에 대해 갖는 일종의 동경+호기심이 왕성하다. 모친의 말을 빌리면, 이 시대의 구질구질한 삶을 호기심으로, 다른 말로 바꾸면 타자의 시선으로 보는 데 익숙하다. 이 소설 역시 아주 재밌게 읽었다. 고어체가 어렵기도 했지만 행간에 배인 유머와 단편 같은 서사구조는 대단히 흥미롭다. 물론 장편이란 틀거리로 재단을 한다면 그닥 매력일 수 없지만 한편으로는 툭툭 끊기는 이야기 구조는 익히 보아온 서사 중심의 소설과는 거리가 멀다.

박태원이란 작가의 이력 역시 평범하지 않고(월북 작가다! 월북에 방점을 찍은 건 아니지만, 이데올로기를 읽는 건 불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이 시기의 미시사적 관점에서 이 소설을 연구하는 일은 아직 없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남녀의 위치가 어떠했는지, 또는 가정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운영되었는지, 참 적나라하게 말해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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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에 - 헤밍웨이 단편소설집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박경서 옮김 / 아테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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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책이 있어 점심시간 무렵에서점에 들러야했다. 좌회전 차량이 끝도 없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십 분 넘게 줄서서 유턴 신호등을 받고서도 주차장 입구로 달리려는 꿈은 사라졌다. 주차장 입구에도 차들은 시야를 가리고 서 있었다. 고개를 드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는 시커먼 신축 아파트 단지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차창으로 들어오는 볕은 두툼한 후드 티와 가죽 잠바를 거추장스럽게 만들었다. 결국 이십 여분만에 주차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서점 공기는 묵직했고 북적거렸다. 필요한 책만 집어들고 얼른 계산하고 숨막히는 공간에서 나와서 맞은 편 백화점으로 갔다. 크르와상과 패스츄리 하나씩 사는데 역시 기다란 줄, 빵집 옆, 별다방에서 커피 한잔을 사고 다시 차를 타고 사무실까지 오는 길은 무지무지 길게 느껴졌다. 거의 두 시간만이었다. 서울에서의 삶은, 빵 하나를 사기위해서도 줄을 서야하는 삶이다.  복작거리는 실내공간은 오늘 같은 날엔 구토를 일으킨다. 고개를 들어도 조각난 하늘 밖에 볼 수 없어 울컥하지만 어디에 화풀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무실에 들어와 서가에서 헤밍웨이의 초기단편을 빼들었다. 책장을 넘기고 있노라니 서서히 숨통이 트인다. 그의 시대가 우리 시대보다 더 낭만적이거나 희망적이진 않더라도 적어도 자연이 있다. 비록 죽음의 이미지를 볼 수 있는 총이 종종 등장한다 할지라도, 헤밍웨이 시대에 고독은 강, 파리의 카페들, 산이 배경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온갖 기계문명의 잡음 때문에 모세혈관이 터져버릴 것 같은 혼란 속에서 느끼는 고독보다는, 인간적으로 보인다. 전적으로 터무니없는 타자의 관점이라할지라도 말이다. 오늘은, 오늘만은..

거대한 자연을 응시하는 헤밍웨이의 시선 속에는 커다란 구멍이 있다. 캄캄한 구멍 속으로 머리를 넣고 한발씩 걸어가면서 허무라는 바람을 맞고 있노라면, 이런 바람이면 괜찮아, 기꺼이 즐길테야하고 싶어진다. 그러면서 문득 서울이 아닌 다른 곳을 거닐었으면 하는 거센 충동을 꾹꾹 눌러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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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시나리오 쓰기 - 심산의 시나리오 워크숍
심산 지음 / 해냄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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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작법서를 멀리했다. 뭐 그렇다고 작법서를 많이 읽은 것도 아니지만. 중요한 건 내가 쓰지 않는 한 그 어떤 강의도 작법서도 변죽일 뿐이라는 진리를 체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자극이 필요해서 주문했다. 몇 년전 시나리오 작법 기초반을 듣고 야심차게 배울건 다 배웠다고 외쳤다. 하루에 한 신만 쓰면 1년이면 3백 신은 거뜬히 쓸 것이고 3백 신 정도면 시나리오 두 편정도다. 그렇다면 난 탈고한 시나리오를 적어도 다섯 편 정도는 갖고 있어야한다. 그러나 인생이 이론대로 풀린다면 리얼 라이프가 아니라 영화일 것이다. 기초반을 마치고 단 한 편도 쓰지 않았다. 그리고 시나리오는 서사에 약한 내가 쓰기에는 너무 벅찬 분량이라는 방어막을 치게 되었다. 심산 씨의 수다스러움 때문에 책이건 뭐건 간에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트와 태양은 없다는 재밌게 봤다. 이 책도 재밌게 읽었다. 재미있는 독서로 끝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벌여 논 단편은 4편이지만 다음 날 읽으면 재미없고 그 얘기가 그 얘기다. 더불어 작업실 유지비를 위해 일하는 시간을 늘여서 정작 작업실에 들어앉아 있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작업실을 사용하기 위한 노동이 아니라 소유하기 위한 노동으로 전락하는 의지박약. 아주 절망적이지는 않지만 체력이 부족한데다 낭비하는 시간이 절반이라는 거, 이게 문제의 핵심이다. 책상에 앉아있을 때만이라도 집중하는 의지력과 현명함이 필요하지만 배짱이 근성이 호시탐탐 내 무의식을 지배한다. 쓰다보니 리뷰가 아니라 신세한탄을 쓰고 있군. 뻘쭘하다.

실용서를 읽었으니 적어도 지침정도는 적어봐야 책 값은 버는 법.

1. 헛짓 하는 시간을 줄일 것. 2. 주당 32 시간은 창작을 위한 작업에 할애할 것.

아주 원론적이지만 테크닉이나 기법보다 더 중요한 건 무조건 써보는 것이라는 것을 명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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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오퓔스 감독 컬렉션 3부작 (3disc) [알라딘 특가] - 미지의 여인에게서 온 편지 + 마담 드 + 쾌락
막스 오퓔스 감독 / 피터팬픽쳐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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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텔레비전 드라마 서사의 원형같다. 인간은 거기서 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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