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보는 다르덴 형제 영화다. 다르덴 형제는 영화를 찍을 때 어떤 기교도 부리지 않는다. 대체로 인물들을 상황에 던져 놓고 다큐처럼 인물이 대처하는 자세를 주로 카메라에 담는다. 기교없이 진지하게 카메라가 잡아내는 방식은 속에 다르덴 형제의 가치관이 녹아있다.

 

다르덴 형제가 다루는 주제는 주로 사회적 구조 속에서 개인이 윤리적 선택을 할 때 처하는 딜레마다. 자칫 계몽적이나 교훈적일 수 있는 내용을 다르덴 형제만의 관점으로 전혀 훈계나 계몽을 하지 않는다. 영화 속 인물들이 처한 상황에 관객이 감정이입을 하고 공감을 할 수 있는 선에서 감독은 뒤로 빠진다. 참 쉽지 않은 일인데 다르덴 형제는 매번 간결하게, 이런 주제를 잘 제시한다.

 

인물이 처한 상황을 전달하고 인물이 그 상황에서 할 수 밖에 없는 선택에 대한 주변 상황을 보여준다. 사람이 살면서 선택의 상황에 늘 직면한다. 영화 속 인물들은 대체로 극단적 상황에 놓이는데 이 극단이 결코 허구가 아니라 사실적이다. 따라서 인물들이 주어진 상황에서 택하는 태도는 실제 우리와 몹시 닮아있다. 그 선택이 윤리적이든 비윤리적이든, 비난할 수가 없다.

 

이 영화 역시 이런 관점에서 전개된다. 산드라가 병가를 냈다가 복직을 하기 위해 투표를 통해 동료들의 과반수 표를 얻어야한다. 산드라의 복직에 맞서는 당근은 보너스다. 보너스를 선택한 동료들을  찾아가서 보너스를 포기하고 자신의 복직에 투표해 줄 수 있는지 물어보는 이야기다. 1박2일간의 주말에 겪은 산드라의 이야기기도 하다.

 

노동자의 연대는 살얼음 같다. 각자가 보너스를 선택할 당위성이 있다. 보너스의 용도는 각 개인에게 정말 꼭 필요해 보인다. 여기서 산드라가 보이는 태도는, 한국영화가 보여주는 관점과는 많이 다르다. 산드라는 최대한 이성을 유지하고 그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의견을 물어볼 뿐이고 동료가 안 되는 이유를 이야기하면 자신한테 투표해달라고 애원하며 설득하지 않는다. 어찌보면 애원은 연대를 강요하는 수단일 수 있는데 산드라는 연대를 강요하지 않는다. 자살 시도를 할 정도로 정신적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영화가 지나치게 현실적인게 해피엔딩이 아니다. 절반의 동료가 보너스를 포기하고 산드라의 복직에 투표를 했지만 산드라의 복직은 무산되었다. 현실에서 있음직한 결말이다. 그런데 이 때 갑이 등장한다. 공장 사장은 절반의 표를 얻은 걸 축하하며 동료들에게 보너스도 줄 거고 계약직 노동자랑 재계약을 안 할테니  대신 복직하라고 한다. 사장은 자신이 내놓은 해결책이 모든 노동자를 위한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산드라는 거절한다. 그 누군가를 해고하고 자신이 복직할 수 없다고 말하고 씩식하고 담담하게 걸어나온다. 자신에게 표를 던진 동료들에 대한 예의였고 산드라 브라보!가 나오는 순간이다. 산드라의 선택은 옳지만 우리가 언제나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산드라의 선택이 빛나보인다. 더불어 갑이 베푸는 호의는 언제나 을의 희생이 내포되어있다. 희생양인 을이 자신이 아니면 눈을 질끈 감고 모르는 척하기도 한다. 노동자 연대란 살얼음은 언제든 깨질 수 있는 걸 갑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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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5-01-04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토요일날 이 영화 보고 왔어요. 시간이 안 맞았는데, 다르덴 형제 영화니까 봐야지 싶어서 기다리고 기다리다 봤어요. 리뷰 쓸까 했는데, 먼저 쓰셨네요.^^

영화 좋았어요. 무겁고 어려운 이야기를 상당히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시킨다고 할까요. 말씀하신신대로 시작 부분만 봐도 그간 다르덴 형제 영화를 봐온 분들이라면, 역시 그 스타일이구나 했을 것 같습니다. 리뷰 잘 읽고 갑니다.

넙치 2015-01-07 17:35   좋아요 0 | URL
저도 토요일에 봤어용. 다르덴 형제의 담백한 사실주의를 격하게 애정하는 1인이에요. 맥거핀님 리뷰는 언제나 갑! 올해는 갑인 맥거핀님 리뷰를 자주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