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십대 때 TV에서 보고는 처음으로 영상자료원의 큰 화면으로 봤다. 나는 더 이상 십대가 아니기에 영화가 상당히 다르게 보였다. 음...제국적 성향이 강하다. 물론 한 개인의 영혼이 전쟁의 광기로 파괴되는 과정을 아주 극적이게 그렸다. 긴장되고 극적인 장면들은 영화적으로는 훌륭하다. 하지만 관점을 영화 언어에서 영화가 그리는 내용으로 돌리면 과연 훌륭하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첫째, 유명한 러시안 룰렛 장면이다. 세 친구가 베트남전에 참전해서 베트콩의 포로로 잡힌다. 이 포로들을 상대로 베트콩은 러시안 룰렛 게임을 하는데 화면 속에 비친 베트콩은 외모만 베트남인이지 하는 행동이나 표정이 너무 미국적인데 깜짝 놀랐다. 즉 미국인의 관점에서 베트콩을 묘사했고 미군병사들은 무고한 포로로 그려진다.
둘째, 러시안 룰렛 도박장이 나오는 장면이다. 많은 베트남인들이 룰렛 게임을 하는 이들을 둥그렇게 둘러싸고 손에 내기 돈을 흔들면서 열광한다. 난 이 장면이 아주 낯설었다. 이런 장면은 전형적인 미국영화에서 볼 수 있는 장면 아닌가. 자본주의를 거부하느라 전쟁을 했던 베트남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셋째, 미군을 희생자로 표현한 부분이다. 영화는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있다. 결혼식 피로연 한 시간, 베트남 전쟁 한 시간, 그리고 전역한 후 고향으로 돌아 온 한 시간. 입대하기로 결정한 세 친구가 사는 곳은 미국의 작은 산업도시다. 낡고 누추해보인다. 이들은 입대 전에 술에 질주하고 사냥을 하며 젊음을 낭비한다. 이런 장면을 보면 이들의 입대 결정은 순간의 치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젊음을 낭비하는 이들이 전쟁터에 가서 죽음을 경험한다. 젊은이들은 미래를 꿈꾸지 않았지만 전역 후에도 미래는 없다. 당시 청년의 암울한 보고서라는데는 이의가 없다. 하지만 왜 베트남 전쟁을 이용했나.
수 년 전, 호치민에 갔었다. 베트남의 생기과 활력에 완전히 반했다. 베트남은 슬픈 역사를 지녔는데 그 슬픔을 자원으로 승화시키는 힘도 있었다. 그런데 왜 베트남전은 미국의 관점에서만 서술되나, 하는 의문점이 들었다. 언제나 핵심은 미군병사들의 피폐해가는 영혼이었다. 사실은 베트남 민간인이 더 많이 죽었을 것이다. 미군병사들은 자원입대를 했고 베트남 국민의 삶의 터전으로 싸우러왔다. 물론 실상을 알고 많은 젊은이들이 정신적 갈들을 겪기는 한다. 하지만 베트남인의 입장에서 서술된 영화를 본 적이 없다. 이 또한 카메라의 권력이다. <디어 헌터>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과연 <디어 헌터>가 칭송받을 만한 영화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