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을 나서면서 짜증이 났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짜증나는 영화다. 왜 짜증이 났나를 적어볼 것이다. 전반은 고건수(이선균)의 원맨쇼다. 고건수가 여러 가지 일들을 한꺼번에 겪고 은폐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음악은 과장되게 쿵쿵거리며 긴장감을 가지라고 명령한다. 음악과 신경질적인 고건수의 표정에 시계를 열 번 쯤 본 거 같다. 왜 이렇게 몰입이 안되나. 그게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사건이 뻥뻥 터진다. 극의 흐름이 빠른데도 지루한 이유는 바로 관객이 관찰자 입장이 되게 연출했기 때문이다. 고건수가 처한 긴박한 상황에 같이 들어간 것처럼 맥박이 빨라지려면 최소한의 감정이입 내지는 공감할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데 이 영화는 극 안으로 관객이 들어갈 장치를 빼먹었다. 즉 기승이 없고 바로 전개로 들어가버린 느낌이다. 그래서 고건수는 좁은 공간에서 필사적으로 땀 흘리며 애쓰는데, 게다가 전반부인데 나는 언제 끝나나 시계만 보고 있었다.
전반에 고건수의 원맨쇼가 끝나고 협박범이 등장하면서 지루함은 조금 잦아들었다. 협박범에 대한 궁금증이 지루함을 달래고 있었다. 협박범의 정체와 잔인함은 곧 관객한테 제공된다. 즉 스토리는 짧고 후반부는 본격적으로 협박범의 잔임함이 드러나는 또 지루한 전개가 이어진다. 모든 사건은 고건수란 강력계 형사가 법질서를 무시하면서 시작된다. 음주운전에 사람을 치고도 뺑소니를 쳤다. 재수가 없다고 하기에는 고형사란 인물이 범법자를 가려내는 일을 하면서 자신은 정작 범법자인데도 요리조리 빠져나갈 궁리만 하니 자업자득이란 말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극의 흐름상 미루어 짐작해 보건대 최초에 신고만했어도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지 모른다. 물론 신고를 하려는 타이밍을 놓쳐버려 벼랑 끝까지 가버리게 된다. 교훈은, 작은 잘못을 했을 때 반성하자.
마지막 액션 장면은 감독이 공들였을 거 같은데, 또 지루했다. 집 안에서 두 사람이 꽤 긴 육탄전을 벌인다. 좁은 공간에서 육탄전이란 집안에 있는 여러 가구와 기물들에 온 몸이 예측할 수 없는 각도로 부딪친다는 말이다. 아, 이런 거 너무 짜증난다. 그리고 이제 끝났나 했더니 십 분이 남았더라. 마지막 십 분이 이 영화 중 가장 괜찮은 부분이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고형사가 모처럼 바르게 살겠다고 마음 먹었을지도 모르는데 그 다짐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광경이었다. 고형사가 바르게 살지 않은데는 자신의 책임도 있지만 구조적 책임도 있나니 고형사는 끝까지 힘든 날을 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