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파가니니에 대해 좀 찾아 봤더니 하이네가 영혼을 팔아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듯한 신들린 연주라고 했단다. 음악 영화는 만듬새가 아무리 거칠어도 음악의 후광으로 보는 동안은 좋다. 이 영화 역시 음악이 주는 즐거움이 4할 정도 되고 황당함이 6할 정도 되겠다. 일단 파가니니를 아이돌처럼 묘사했다. 좋게 말하면 현대적 해석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과한 면이 있다. 배우들이나 배경은 19세기인데 인물들이 행동하는 방식은 21세기의 선정성이 있다.
런던에서 콘서트를 열기로 했는데 파가니니의 도덕성에 문제 제기를 하는 여성단체의 시위, 약속이나 규칙에 대한 파가니니의 무개념과 환각제에 빠진 방탕한 일상. 그의 연주를 듣는 순간 모두 매혹되서 마차 주위로 달려드는 팬들, 콘서트를 보면서 열광하는 모습이 지나쳐 기절까지도 하는 스탠딩석 팬들. 실제로 스탠딩석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모든 미장센들이 현대 아이돌들의 모습과 흡사하다. 독창적 해석이라고 하기에는 진부하다고 하겠다. 무엇보다 파가니니의 심리묘사에 구멍이 많다. 파가니니는 왜 자유분방한 태도를 지녔는지 설명은 못해도 적어도 자유분방한 태도에 관객이 공감을 할 수 있게 묘사해 줘야하는데 그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