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각
애니매이션을 워낙 안 좋아하고 특히 디즈니 애니매이션은 안 볼까 하다가 지디가 나오는 유플러스 광고를 큰 화면으로 보려고 봤다.ㅋ 그런데 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해서 봤더니 어느새 영화가 끝났다. 심지어 3D로 볼 걸 하는 후회까지 했다. 실사가 해내려면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하는 얼음궁전의 황홀함. 엘사가 손바닥을 쫘악 펼쳐서 주변에 얼음 기둥과 바닥을 만들 때마나 홀린듯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아름다운 장면을 봤다. 그러면서 주책맞게 D. W. 그리피스 감독이 떠올랐다. <인톨러런스> 세트를 만드는데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투입하고 흥행 실패로 불운했던 감독. 그가 살아서 애니매이션 장르를 접했다면 어땠을까.
2. 음악
전형적인 미국식 뮤지컬하면 연상되는 멜로디와 감성이다. 나는 미국식 뮤지컬 음악은, 이상하게 느끼하고 가식적으로 들린다. 다만 이미지와 음악은 잘 맞아서 이미지를 보는 동안 음악을 듣는 건 거부감이 덜 한데 음악만 듣는 건 참을 수 없다. let it go만 해도 좋다고들 난리인데 스크린을 이탈한 노래는 집을 찾아 헤매는 것 처럼 들린다. 특히 효린의 내지르기만 하는 창법 너무 싫다.ㅠ 노래가 높이 올라가는 성대 자랑이 아니지 않나.
3. 줄거리
아주 많이 흥미롭다. 비극의 발단을 살펴보면 금세 사랑에 빠지는 동생 안나가 중심에 있다. 안나는 명랑하고 낯선 사람한테 스스럼없이 다가가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몽상가다. 우리는 이런 캐릭터를 철이 없다고 부른다. 이렇게 철이 없는 캐릭터는 본인은 편한데 주변사람들이 고통스럽다. 정작 본인은 주변 사람이 왜 힘들어하지 알지 못한다. 안나는 처음 본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언니한테 말해 언니가 지닌 초능력을 세상에 알리는 꼴이 돼 버린다. 그리고는 언니를 구하겠다고 눈보라 속을 헤매고. 언니의 불행을 나 몰라라 하는 캐릭터보다는 인간적이고 사랑이 넘치지만 자기중심적 인물이 아닌가. 반면 언니는 은둔형 사색가다.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모른 채 자신이 행한 일에 괴로워하고 고립을 선택한다. 그 선택이 국민을 겨울 속에 가두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 (그네 공주가 연상됨) 그리하여 본인도 모르게 동생한테 얼떨결에 마법을 걸기도 한다. 은둔형 사색가가 왜 결국에는 파멸할 수 밖에 없는가를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은둔형 사색가는 자기 발로 세상에 걸어나오지 못한다.
이 영화는 동화다. 그러므로 현실보다는 낭만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언니는 자신의 힘으로 그 마법을 푼다.이 지점 <겨울왕국>에서는 지닌 신선함이다. 보통 마법은 왕자가 푸는 게 정석인데 이 영화에서는 죽은 안나를 안고 눈물을 흘리자 마법이 풀린다. 진정한 사랑은 왕자가 아닌 자매였다. 각자 성격적 단점이 있는 두 자매가, 나만 사랑하는 왕자의 사랑이 아니라 보편적 사랑이라는 매개를 통해 단점을 보완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디즈니는 동화를 만들었지만 적어도 신데렐라 컴플렉스를 조장한 동화 세계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튼 동화답게 영화는 해피엔딩.
4. 잉여로운 짓
다들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 흐믓하게 웃으며 걸어나오는데, 삐닥하게 보는 짓거리. 뭐할라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