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자의 욕망을 우아하고 실실 웃음이 나게 묘사한 영화다. 두 달 후 결혼할 제롬이 휴가지에서 친구 이웃집 자매를 알게 된다. 십대인 자매, 로라와 클레르. 로라는 단번에 제롬한테 호감을 보이지만 클레르는 열애 중이라 제롬을 그냥 이웃집 아저씨 취급한다. 제롬의 도덕성으로 무장해서 사리분별력도 있고 쿨해보인다. 그러나 절친 오로라와 대화 속에서 제롬의 도덕성 가면 뒤에는 초식남으로서의 면모가 있다. 자신한테 관심없는 여자를 쫓아다닌 적도 없고 이성과 일정한 거리를 편안하게 여기고 사랑보다는 우정이 인생의 동반자로 좋다는 주관의 소유자다. 오로라는 제롬의 숨겨진 욕망을 부추기고 제롬은 못 이기는 척 십대 자매한테 차례로 접근한다. 물론 십대들이 중년 아저씨한테 관심있을 리 없다. 로라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믿고 과감하게 키스를 하지만 로라가 놀라자 제롬은, 너의 반응을 보려한다는 식으로 마무리를 한다. 그리고 클레르가 등장한다. 로라가 지적인 면이 있는 반면에 클레르는 섹시한 면이 있다. 제롬은 클레르의 무릎에 집착하는데 왜 무릎인고 하니, 머리칼을 쓰다듬거나 어깨를 만지면 클레르가 뒤로 움츠러들 것을 예상한다. 그러니까 클레르의 무릎은 제롬한테 허용된 마지노선인 셈이다. 위선적인 면이 있는 제롬은 자신이 거부당하지 않을 선을 잘 알고 찾아냈다고 할 수 있다. 클레르는 또래 남자친구와 열애 중인데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친구를 만난 걸 제롬이 보고 고자질한다. 클레르는 동요하며 울고 제롬은 클레르의 무릎을 쓰다듬을 기회를 얻는다.
이런 이야기인데 웃음이 실실 나온다.ㅋ 제롬을 보면 찌질남과 쉬크남의 경계가 한끝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제롬은 한 번도 떠나가는 여자한테 매달려 본 적이 없는 쿨한 사람이지만 십대 자매들한테 보여준 은밀한 추태(?)는 찌질이의 모습이다. 제롬은 소녀들보다 인생의 다채로운 맛을 많이 경험했다. 여러 경험을 통해 도덕으로 무장도 하고 자기 통제도 배운다. 비겁함이나 열정없음을 포장하는 법도 터득하게 된다. 이 아저씨, 이성에 대한 열정은 사라졌다고 말하는데 실은 열정을 바쳤다가 상처받을까봐 두려워서 이성으로 포장했다. 나이에 아주 알맞은 행동이라고도 볼 수 있다. 욕망하였으나 절제하였노라. 근데 내가 이 아저씨 나이쯤 되니 이 아저씨의 비겁한 찌질함이 완전 이해된다는 것.
덧. 한 달 간의 바캉스 동안 일어난 일의 기록이다. 바캉스 전과 후에도 어떤 일상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한 달동안 미묘한 내면의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한 영화다. 바캉스가 한 달이라면 이런 사소한 일을 관찰하는 힘이 커져서 이야기로 발전시킬 힘도 생길지 궁금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