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본 게 개봉 한 지 얼마 안 된 5월 셋째 주다. 결혼한 친구가 보고 싶다고 해서 봤다. 영화를 보면서 내가 왜 남의 부부싸움을 스크린으로 보고 있는 지 알 수가 없었다. 영화가 끝난 후 내 첫마디는 지루하다,였고 친구는 부부가 싸우는 이유는 정말 저렇다, 고 했다. 다들 좋다는 평 일색인데 내 멘탈에 문제 있나를 두 주 동안 고민해 봤다. 전 편의 영화들과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관점의 문제로 접어든다. 비혼인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토요일 오후 남산에 산책갔는데 가족끼리 산책을 많이 왔단다. 아이들 손 잡고 천천히 걷는데 친구는 혼자라는 생각보다는 앞에서 빨리 안 가고 뭐하나, 하는 짜증이 더 컸다고. 나도 친구와 같은 멘탈의 소유자다.
이 영화는 세 시퀀스로 나눠진다. 공항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의 수다 씬, 여러 커플들이 모여 점심식사 하는 씬, 이 시리즈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 두 사람이 호텔까지 걸으며 호텔 방안에서 본격적으로 싸우는 씬. 그 중 덜 지루한 씬은 점심식사 씬이다. XX 염색체와 XY 염색체가 가질 수 있는 생물학적, 심리학적 차이를 논하는 대사들을 주고 받는다. 대사가 기억날 리 없고 영화 내용이라기 보다는 계속 머리 속에 찾아드는 생각을 좀 정리해 보려고 한다.
셀린느의 불만은 내가 결혼한 친구들한테 흔히 들어온 불만이다. 자신이 없어지고 아이들만 있는. 육아는 중요한 일이라고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모성이란 게 한국에서는 얼마나 무서운 지. 한 때 나와 같은 생각을 나누었던 이들의 SNS에서 나는 내 과거의 일부를 찾기를 원한다. 이들의 SNS는 온통 그들의 현재고 미래인 아이들 사진 밖에 없다. 내가 궁금한 건 내가 알고 있는 이들의 안부지 그들의 아이들의 안부가 아니다. 더 당혹스러운 건 전화 통화를 해도 내 안부를 묻기 보다는 아이들의 일상을 늘어놓는다. 셀린느의 딜레마는 자신만의 시간을 원하지만 뜻대로 하지 못하는 거다. 육아를 하는 이들의 푸념과 정확히 일치하는데 이해하는 할 수 있지만 공감 할 수는 없다. 공감할 수 없는데 슬픔이 20퍼센트고 80퍼센트는 감사한다. 나이들어 점점 고립되어 가는 거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여러 군데 기웃거릴 여력이 있다니는 사실에.
가끔 엄마가 혼자서 살고 싶다는 말을 하는데, 세상에나 내 친구들이 가끔 그런 말을 한다. 친구들은 엄마의 도플갱어다. 육아를 하는 여자들한테 "자기만의 방"은 정말 불가능한걸까? 궁금하다. 자신의 아이 이외에 타인의 삶도 궁금해 하는 아주 당연한 방을 갖는 걸 막는 게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