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는 내내 뭉클했다. 음반 두 장 내고 기록도 남지 않은 채 무대 위에서 권총 자살한 걸로 회자되는 무명의 가수. 남아공에서 싸이랑 맞짱 뜰 수 있는 인기를 누리던 가수인데 어떤 개인 정보를 찾을 수 없자, 한 사람의 호기심으로 68년에서 71년까지 노래 가사만을 가지고 그 가수의 뒤를 추적한다. <베토벤의 머리카락>을 손에 넣은 과학자들이 알려지지 않았던 베토벤의 주변을 캐내는 여정처럼 노래만 가지고 죽었다고 추정되는 가수를 역추적한다. 당연히 노래와 노랫말을 중요한 영화적 장치가 된다. 68 혁명 정신까지는 아니어도 건설 노동자로서 일상의 비루함에서 솟아나는 한줄기 빛과 같은 정서가 노래 전체에 스며있다. 로드리게즈가 삶을 대하는 자세는 겸손하다. 적어도 영화에서는 그렇게 묘사된다. 겸손한 사람이 어떻게 저항 정신이 들어간 음악을 계속하겠나.  

 

소문과 다르게 로드리게즈란 가수는 살아있다. 그의 겸손이 대중적 인기에 대한 좌절을 불행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한때 자동차 산업으로 흥청거렸다가 자동차 공장이 문을 닫고 노동자들은 이주하고 밤마다 흥청거렸던 술집들은 문을 닫아버린 더 이상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쇠락한 도시(디트로이트)에서 가정을 꾸리고 가장으로 최선을 다하며 사는 모습은 숙연하다. 삶은 가끔 소풍처럼 신나고 대체로는 숙제 같은데 로드리게즈는 숙제에 충실한 인물처럼 보인다. 인터넷이 발달해서 그의 존재가 밝혀지고 98년에 남아공에서 60차례의 공연을 하기도 하지만 가수로서의 삶을 살진 않는다. 가수로서 생은 잠깐의 일탈이다.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선물을 받은 걸로 여길 사람같다. 실제로 로드리게즈를 인터뷰 장면이 나올 때마다 몇 마디 안 하고 대부분 인터뷰들이 세 딸들과 동료들이 본 로드리게즈로 채워져있다. 내가 이런 느낌을 받은데는 이들의 진술에 근거한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왜 죽었다고 알려지게 되었을까? 헐리우드에서는 그는 정말 죽은 존재다. 음반 산업계에서 빌보드 차트가 지표인데 로드리게즈란 스페니쉬 성을 누가 좋아하겠나, 하는 말을 한다. 반전 시위와 히피 문화, 저항 정신을 담은 락의 시대는 미국 밖에서 지나치게 과장되게 알려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저항도 백인들만의 문화란 말이다.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거 아닌가. 로드리게즈란 가수가 지금처럼 유투브가 대세인 때 노래를 했다면 어땠을까. 그는 전설로 남아있지 않고 상품으로서 포장되어 전세계 투어를 했을 것이다. 어쩐지 로드리게즈의 노래와 어울리지 않는다. 시시콜콜 알고 싶지 않은 일까지 알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이 보기에 인터넷 발달 이전에 사라진 뮤지션들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전설이고 꿈이다.  

 

영화를 보러 가는 길에 친구와 긴 통화를 했다. 여전히 진로를 고민하는 친구다. 얼마 전까지도 나 역시 진로 문제로 고민했지만 이제 현실에 철퍼덕 엉덩이를 깔고 앉아버렸다. 사람은 자신이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구별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잘 한다고 믿는 일을 선택했다. 친구는 아직도 망설이는데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부추겼다. 하고 싶은 일을 곧 잘 할 수 있을 거라며. 나는 실패했지만 누군가는 꿈을 이루길 바란다. 거창한 감동 스토리가 아니어도 현실과 다르게 사는 일을 택하는 건 잃는 거에 미련을 버릴 배짱이 필요하다. 이 말은 버리기 가장 힘든 자신의 욕심과 타협을 해야한다. 영악하게도 나는 못하면서 친구는 다른 길을 택했으면 한다. 꿈은 내가 못 이뤄도 이뤄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만한 무언가가 있으니까. 그리고 영화를 보러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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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3-05-02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참 좋죠? 어떻게 저런 인생을 살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저는 당연히 페이크인줄 알았구요. 근데 영화를 보다보면 그의 어떤 자세로 볼 때 그럴수도 있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긴 그 유명한 지미 헨드릭스도 처음 나왔을 때 놀라게 한 것 중에 하나는, 흑인도 락을 하는구나..라는 점이었으니까요. 이 로드리게즈의 공연장을 가득 메운 것도 백인들 아닙니까. 저도 락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소위 '락부심'에 쩔어있는 애들보면 왜 그러나 싶어요.

넙치 2013-05-05 12:28   좋아요 0 | URL
음악 영화는 언제나 좋지만 이 영화는 제 개인적 상황과 타이밍도 참 잘 맞아 더 좋더라구요. 전 실화란 걸 알고 봐서... 다만 한 가지 궁금한 건 왜 로드리게즈가 살아있는데 주변인의 인터뷰에 집중했는지. 로드리게즈 인터뷰 장면에서 로드리게즈가 말하려고 하면 서둘러 장면이 전환되는 걸 느꼈어요. 뭐 아무려면 어때요. 로드리게즈란 가수를 안 것만으로 큰 수확이니.

흑인이 락을 하고 백인이 블루스를 한다고하면 아직도 이슈가 되는 걸 보면 인간의 편견은 아주 견고한 거 같죠..어딘가에 쩐다는 건 이미 평점심과 형평성을 잃은 멘탈이니. 저는 한편으로는 어딘가에 쩔어있는 사람들의 멘탈이 궁금하고 신기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