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두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겠다.

1. 먼저 재난 영화로 볼 수 있는데 재난 영화를 이렇게도 만들 수 있다니! 토네이도의 위력을 카메라는 완전히 무시한다. 카메라가 관심있는 건 한 가족이 토네이도를 맞이하는 자세다. 재난 영화하면 떠오르는 스펙터클은 전혀 없다. 하지만 긴장감만은 최고다. 어린 시절 엄마의 정신병력으로 버림받은 경험이 있는 남자는 엄마와는 정반대로 가족만은 꼭 같이 있어야한다고 믿는다. 토네이도 사이렌이 울리면 세 가족은 지하 방공호로 들어간다. 좁은 공간에서 방독면을 쓰고 웅크리고 자는 모습을 담는데 별 거 아닌 장면으로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방공호에 나오는 장면에서는 침을 꼴깍 삼키게 된다. 방공호 밖은 화창하고 토네이도가 지나간 흔적이라곤, 이웃들이 흩어진 나뭇가지를 줍거나 야외용 의자를 원래 위치로 가져가는 행동에서 짐작할 수 있다.

 

영화가 늘 새롭고 재밌는 이유는 이런 점 때문이다. 휘몰아치는 바람도 비명지르는 사람도 없이 토네이도의 위력을 담는 방법이 감독마다 다르다. 감독이 강조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따라 표현 방법은 수도 없고 이런 기발함을 지켜보는 게 관객의 행복이나니. 

 

2. 또 하나는 이 영화가 단지 개인의 재난 영화가 아니라 미국사회상의 은유로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방공호 만들기다. 시작은 남자의 개인적 가족력에서 비롯된 정신분열 탓에 남자는 지나친 공포를 느끼고 방공호에 집착한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남자의 정신분열은 단순히 가족력이라고 말하기에 꺼림칙하다.

 

남자는 건설현장에서 중장비의 소음 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하는 일을 한다. 육체적으로 한계를 느낄 수 있는 작업 환경이다. 남자의 경제 사정은 썩 좋진 않지만 청력 복구 수술을 해야하는 어린 딸의 수술비를 백퍼센트 커버하는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회사다. 미국 의료보험제도가 얼마나 무서운지 단편적으로 드러난다. 회사를 그만두면 의료보험은 보장되지 않는다. 남자의 의무감은 고된 작업환경을 무시하려고 하지만 무의식에서 고단함은 악몽과 정신분열을 가속한다. 자연 재해에 대한 저항을 준비하지만 실제로 남자가 맞딱뜨려야하는 건 거친 현실일지도 모른다. 외면하면 할수록 남자는 방공호에 집착한다. 남자가 두려웠던 건 토네이도가 아니라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자신이 아내와 딸을 버리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른다.

 

3. 영화는 희망없는 희망으로 끝이 난다. 남자는 직업을 잃고 저축이라곤 겨우 두 달 생활비 밖에 없고 많은 융자금과 이자가 있다. 밖은 토네이도가 몰아치는 상황이다. 자연이나 남자를 둘러싼 상황 모두 최악이지만 세 식구는 함께다. 함께 죽을 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아이러니하게 세 가족이 손을 꼭 잡는데 좀 희망적으로 보이는건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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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3-04-27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러가고 싶어요. 제발 빨리 안 내려갔으면 싶은데...예고편이 아주 좋더라구요.

넙치 2013-04-30 12:53   좋아요 0 | URL
빨리 내려 갈 요소를 다 갖춘 영화인데..;;;
1월에 집 근처에 예술영화관이 생겨서 저는 살 맛나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