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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1. 포항 바닷가에 민박을 하며 생활을 꾸리는 한 가족이 있다. 지적 장애인 아빠, 초등학생 두 딸, 순영과 순자. 그리고 건달 작은 아빠. 인천 공항에서 포항까지 한 미국인 부녀를 에스코트하는 건달 망택(이천희)을 따라가다 누가 봐도 힘들 거 같은 한 가족을 맞닥뜨린다. 타고난 가정 환경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아버지를 봉양하고 건달 작은 아빠의 구박과 학대를 묵묵히 받아들이는 순영. 거울을 들여다보며 화장을 하면서 바비 인형처럼 되겠다는 순자는 집을 지옥으로 여긴다. 친자매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다. 순영이 순종적이고 헌신적이라면 순자는 남을 밟고서라고 갖고 싶은 건 가져야한다.
상황2. 오프닝에서 미국인 남자와 바비 인형처럼 눈 크고 마르고 예쁜 딸이 순영이를 입양하러 한국에 왔다. 미국인은 인종차별주의자고 순영을 미국에 데려가는데만 관심이 있다. 그러나 두 딸한테는 자상하고 따뜻한 아빠다. 이 미국인의 모습은 많은 사람의 초상이기도 하다. 내 가족 혹은 내가 익숙한 것에는 온화하고 선한 태도로 대하지만 낯설고 다른 것, 특히 약자들한테는 악인의 모습을 드러낸다. 미국에 있는 작은 딸은 선천성 심장병이어서 이식할 심장을 찾아 한국에 올 정도로 부성애를 과시한다.
상황3. 아메리칸 드림을 꿈 꾸는 소녀 순자. 순영 대신 미국에 가고 싶어한다. 미국은 바비가 태어난 나라고 병신 아빠를 안 봐도 된다. 언니가 해 주는 밥상이 아니라 우아한 식탁에 앉아 밥을 먹을 거라고 상상한다. 미국에 가면 자신의 집과는 다른 신나는 일들이 기다릴 거라고 믿는다. 공상이 반복되면 강한 믿음이 생겨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비극이 일어난다. 미국에서 자신의 운명이 어찌 될 지 모른 채 바비 인형처럼 환하게 웃으며 출국장에서 순자는 손을 흔든다.
상황4. 이 모든 일을 꾸민데는 두 자매의 작은 아빠 망택이 있다. 순자의 목숨을 돈을 받고 팔자마자 차를 사러 간다. 그는 모든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망택도 순자의 입양 목적을 나중에 알았다. 후회하기엔 망택은 너무 막장 인간이다. 일말의 양심이 눈 앞에 생긴 돈을 물리칠 정도는 아니다. 순자 순영 자매의 집에서 이 아이들의 실제 보호자는 망택이지만 그는 두 자매를 살뜰하게 돌볼 의지가 없다. 보호자의 보호를 받아야할 아이들한테 학대만 해 줄 수 있다. 그 학대를 견디는 건 아이들의 몫이다. 입양은 옳은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황은 열악하다. 그러나 입양 후까지는 알바가 아닌 게 문제다. 망택도 입양 후, 아이들의 삶을 막연히 지금보다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이야기인데 아주 이야기가 어둡고 답이 안 나온다. 올바르지 못한 기성 세대가 어린 아이들을 학대하는데 영화 속 어른이 있는 게 사실이니 어쩌나. 물리적으로도 약해서 순영은 깡마른 사지와 몸을 가지고 있다. 작은 아빠가 끌면 질질 끌려가는데 누구 하나 말려주는 어른이 없다. 왜 그러냐고 묻는 어른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게 현실인지도 모른다. 신음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이 내는 소리가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에 묻히듯 우리는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에 더 민감해서 귀찮아질 소리들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어른 세계는 희망이 없을 때처럼 보일 때가 많다. 순자나 순영이 희망을 품는 장면을 보면 절망을 품게 되는 거 보면 어른한테 희망은 아이같은 순진함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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