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두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겠다.

 

1. 바람 피는 남자에 대한 응징기.

한 아이의 아빠고 한 여자의 남편으로 비교적 충실한 편인데 어느 날 말도 통하고 예쁘기까지 한 여인 니콜(카트린느 드뇌브의 친언니라고)을 만난다. 남자는 여자와 같이 있을 궁리만 한다. 장애물은 피에르의 명성, 니콜의 도덕성이다. 남자는 유명한 학자여서 미디어에 얼굴이 팔린 사람이라 어디서나 사람들이 알아본다. 남자가 안전하게 있을 곳은 여자의 집이지만 여자는 관리인의 눈과 이웃의 눈을 두려워한다. 해서 남자는 소도시로 가지만 거기서도 역시 자유롭지 않다. 남자가 자신의 영역을 지키면서 애인을 소유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 아주 유머스럽게 그려진다. 남자는 도덕성 보다는 명성에 흠집이 날까봐 조바심을 내는 것처럼 보이는데 결국 아내와 결별을 택한다. 애인과의 미래를 꿈꾸지만 애인의 미래 속에는 피에르와의 삶이 없고 아내만 화나게 해서 아내를 살인자로 만든다.

 

비극적 결말에도 영화는 무겁기 보다는  살랑거리는 바람 같아 유쾌한 면이 있다. 에피소드들을 나열할 때 피에르가 보여주는 주저하는 태도 때문이다. 가령, 니콜한테 처음 전화할 때 엘리베이터 안에서 니콜이 양 손에 짐을 가득 들고 있었는데 따라내려 도와주지 않은 걸 사과한다든지, 소도시 랭스에서 친구를 따돌리고 니콜이 부탁학 적갈색 스타킹을 사러가는 진지한 상황 등이 경쾌하게 그려진다. 몰랐는데 트뤼포 영화의 호흡은 고다르 못지 않게 빠르고 때론 격렬하다.  

 

2. 소도시인의 삶.

피에르는 니콜과 함께 있을 수 있는 공간으로 지방 소도시(랭스)에서 강연을 수락한다. 앙드레 지드가 만든 영화를 잠깐 소개하는 일이다. 대도시도 지루하지만 익명성이 보장된 반면 소도시는 지루하고 익명성도 보장 되지 않은 곳이다. 누구네 집에 무슨 일이 있으면 마을 행사가 돼 버린다. 지루하던 곳에 저명 인사의 출현은 마을 축제를 방불케 한다. 지역 유지들이 벌이는 만찬과 리셉션, 게다가 영화는 완전 매진, 호텔은 모두 만원. 모두가 한 마음이라 한편으로는 정겹기도 하지만 개인의 취향이란 없이 전체가 하나로 움직이는 소도시민이 되는 일은, 한편으로는 힘겹기도 할 듯. 

 

아무튼 피에르는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행사에서 쏙 빠지지만 아무렴 어떤가, 마을 행사는 계속되는 듯. 아마도 마을 사람들은 앙드레 지드의 영화보다는 그날 밤 본 피에르란 실제 인물 이야기를 할 것이며 그 영화와 피에르는 동등한 가치로 기억에 저장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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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2-07-06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아트시네마에서 트뤼포 전작전 보고계시나봐요. 글 흥미롭게 잘 읽고 있습니다.^^

넙치 2012-07-08 10:53   좋아요 0 | URL
네. 트뤼포 덕분에 행복한 주말을 보내고 있습니다.흥미로울 거 없는 글을 읽어 주시니 새삼 부끄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