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 스피치 - The King's Speech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성간의 사랑이나 연애를 다룬 영화보다는 우정을 다룬 영화가 나는 더 좋다. 로맨틱 코미디는 세대를 초월한 공식을 가지고 있다. 남녀간에 사랑이 애틋하기 위해서는 장애물이 있고 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을 영화는 주로 담고 결론은 선남선녀들의 해피엔딩이다. 실제 인생은 해피엔딩도 아니며 극적이지도 않다. 실제 연인들 사이에 놓인 장애물은 알콩달콩한 재미를 선사하는 대상이 아니라 영혼을 좀 먹는 실체다. 뭐 이렇게 말하지만 정말 큰 이유는, 내 삶이 알콩달콩한 연애 따위와는 거리가 먼 탓이다. 언제부터인가는 연애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상상력마져도 증발해서 연애사를 담은 영화를 보면 내가 왜 이런 공허한 화면을 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_-;
 

하지만 우정은 다르다. 친구들과 가끔 십 년후, 혹은 더 미래를 상상하면서 우리는 계속 이렇게 살 것 같다고 말하곤한다. 이따금씩 영화 보고 책 읽고,  가끔 여행가고, 일은 힘 닿을 때까지 하면 좋고....엄마, 아빠가 곁에 없을 먼 미래(사실 상상이 되진 않는다-.-)에 가족처럼 남아있을 몇 사람은 친구다. 그래서 우정을 다룬 영화를 보면 가슴이 뭉클해지곤한다. 누구나 단점이 있지만 단점이 아니라 장점을 봐 주고 등을 두드려주는 이가 친구라고 생각하기에. 

아카데미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들 대부분은 사실 진부하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휴머니즘을 갖고 있다. 이 영화 역시 런닝 타임 내내 지루했지만 마지막 연설을 하는 과정을 담은 몇 분만이 살아있는 씬이다. 조지6세가 핸디캡을 극복하고 라이오넬 로그한테 my friend, 하고 말할 때 주책맞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조지6세의 핸디캡이 평생 좋은 친구를 얻는 기회가 됐다. 처음에 왕 서열 넘버 원과 치료사가 만난다. 치료사가 계급을 무시한 채 왕 서열 넘버원에게 친구와 동급으로 대하고 사생활까지 누설하라고 하는데, 왕 서열 넘버원은 낯설어하다 위기를 함께 겪고 티격태격하면서 정이 들고 진짜 친구가 되어간다. 

그러고보면 이성간의 사랑이든 우정이든 티격태격은 필수요소이다. 사랑이나 우정이 금이 가는 건 티격태격이란 필수요소을 잘 못 넘겼을 때인데 관계에서 장애를 극복하는데 믿음은 훌륭한 방패다. 상대가 어떤 상처주는 말을해도 믿음이란 방패를 가지면 창 같은 말도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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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1-04-05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국식 농담과 브리티시 잉글리쉬를 오래만에 들으면서 즐거웠던 영화였어요. 아무도 웃는 사람이 없어 저혼자 웃기가 민망했지만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