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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엠 러브 - I am lov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스무살 여름 방학 때 서머셋 모옴의 <달과 6펜스>를 읽은 후, 나는 6펜스가 아니라 달을 좇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었다. -_-오랜 시간이 지난 후 함께 일했던 사람과 <달과 6펜스>에 대해 말하다 깜짝 놀랐다. 그는, 한 가장이 어떻게 무책임하게 가정을 버리고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책을 읽으면서도 책을 읽고 난 후에도 난 한 번도 뒤에 남겨진 가족을 걱정한 적이 없었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친구가 막장 드라마같다고 말했다. 갑자기 <달과 6펜스>에 대해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막장 드라마같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지만 줄거리만 따라가보면 친구의 말도 일리있다. 중년 여인이 아들의 친구한테 첫 눈에 반해 본의아니게 아들도 죽음으로 이끈다. 보통 한국 드라마라면 죄책감에 흐느끼는 여인이어야한다. 그러나 이 여인은 아들의 장례식날 남편한테 아들의 친구를 사랑한다고 폭탄발언을 한다. 친구는 이 부분에서 분개했다.-.-
그러나 이 영화를 줄거리가 아니라 여인의 감정선에 맞추고 따라가면 사랑이란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의 일부이다. 이 영화가 막장 드라마가 될 수 없는 결정적 이유는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에 있다. 영화는 저녁 만찬 장면으로 시작한다. 식탁에 차려진 음식도 음식을 먹는 사람들도 극도로 절제되어 있어서 살짝 긴장감이 감돈다.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엠마는 실제로 자신의 진짜 이름이 뭐였느지도 기억 못 할 정도로 모든 게 남편이나 가족 위주의 삶을 살아왔다. 그러다 모든 혈관을 팽창시키는 사랑의 폭풍 속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간다. 엠마와 운명의 사랑, 안토니오의 감정을 묘사하는 방법은 상상과 현실을 오가며 촉각과 미각을 통해 두 인물 간에 교감을 스크린에서 구현하면 관객은 시각과 청각으로 받아들인다.
영화는 최소한의 대사를 사용하면서 장면과 장면의 생략을 통해 비약하는 방법으로 극의 흐름을 긴장되게 유지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식구들이 엠마의 폭탄 발언 사실을 아는데 음악은 고조되고 엠마는 현관에 서 있고 다른 식구들은 집 안에 서 있다. 카메라는 다른 식구들의 놀라운 시선을 잡고 잠깐 카메라와 함께 눈을 돌리고 다시 카메라가 엠마가 있던 쪽을 비추면 엠마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없다. 그야말로 폭풍이 한 바탕 지나간 느낌이다.
레즈비언인 딸이 쓴 엽서에 이런 말이 있었다. "인연을 만나는 건 고독만큼 근사한 일이다." 폭풍 후 엠마는 근사한 시간을 선물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고독도 인연을 만나는 일만큼 근사하다는 말을 선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