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윌 헌팅 - Good Will Hunting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맷 데이먼과 로빈 윌리암스, 둘 다 싫어하는 배우다. 맷 데이먼이 턱시도 입은 모습을 보면 한 때 때려주고 싶게 표정이 얄밉다.(인터넷에 돌아다는 사진 밖에 못봤지만)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리가 짧다. 큰 얼굴과 상체가 하체로 시선이 가는 걸 막아줘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다리 짧은 걸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 내 눈에는 다리 짧은 것만 보인다.-_-; 그런데 이 영화 시나리오 쓴 사람이 맷 데이먼과 벤 애플릭이란 걸 알고 맷 데이먼의 짧은 다리를 잠시 잊어버리기로 했다.    

맷 데이먼이 썼을 거라고 추측되는 대사에서 드러나는 세계관에 마음이 왕창 기울었다. 고아로 자란 천재 청년이 방어벽을 허물고 세상의 거친 파도를 향해 노를 젓기로 결심하는 과정을 그린 줄거리인데 뻔하지만 울었다.;; 숀(로빈 윌리암스)이 윌한테 묻는다. 소울 메이트가 있냐고. 윌은 대답한다. 니체, 칸트, 러셀..등등. 숀은 그들은 죽었고 죽은 사람말고 너한테 어떤 영감을 줄 수 있는 친구가 누구냐고..윌은 주춤거린다. 지식이나 책이 줄 수 있는 건 사람이 줄 수 없지만 사람은 책이나 지식이 전달할 수 없는 걸 전달한다. 설레임. 책이 설레임을 줄 수 있다고 우기는 사람이 있겠지만 책이 주는 설레임은 일방적이다. 그러나 사람이 주는 설레임은 양방향이다. 책은 결론을 정해놓고 독자를 맞이하지만 사람은 상대에 따라 선택도 결론도 바꾼다. 윌의 절친 척키(벤 애플릭)는 니체나 칸트가 할 수 없는 일을 했다. "내가 네 집 문을 두드렸을 때 니가 공사판이 아닌 다른 곳에 가서 없을 때 정말 행복할거야."  실천이성이나 판단이성 따위는 모르고 사는 낙이 일 끝난 후 바에 기웃거리며 여자나 꼬셔보려는 친구인 척키는 윌의 단단한 마음을 바꿨다. 

숀은 "니 잘못이 아니야, 아들아."라고 말해서 윌의 가슴 깊은 곳에 뜨거운 눈물을 뽑아내 두껍게 쌓은 짐을 덜어주었다.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건 결국 애정어린 관심이다. 남녀간의 사랑이든 주변 사람과의 교감이든, 사랑의 본질은 결국 같다. 타인을 위해 나를 버릴 수 있는 마음으로 이끄는 것이다. 내가 늘 12월 같은 심장을 지니는 건 타인을 위해 나를 버릴 수 없기 때문일거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마음이 더 추워지는 거 같아서 눈물이 났다. 영화 속 가짜 이야기에 흘리는 거짓 눈물이 아니라 사람을 자꾸 밀쳐내는 내 모습이 보여서 진짜 눈물을 흘렸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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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07-12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멧데이먼은 짧은 다리때문이라고 치고 로빈윌리암스는 왜 싫어하세요?

넙치 2010-07-12 12:53   좋아요 0 | URL
입술이 너무 얇아서요..하핫;;;
그보다는 영화 속에서 훈훈함을 만들어내는 착하고 선한 이미지가 저는 이상하게 싫더라구요;;

반딧불이 2010-07-13 00:29   좋아요 0 | URL
ㅎㅎ 이유가 아주 재미있습니다. 그럼 넙치님께서 좋아하시는 배우는 누규??

넙치 2010-07-13 10:33   좋아요 0 | URL
ㅎㅎㅎ스티브 부세미, 주드 로요!
스티브 부세미는 보면 볼수록 정이가요, 주드 로는 존재 자체만으로 빛이나는 외모에요, 제겐.ㅋㅋ

반딧불이 2010-07-13 22:55   좋아요 0 | URL
ㅋㅋ..주로 연기파, 개성파의 유인원과를 좋아하시는군요~
근데 넙치님 남자분이세요? 여자분이세요?

넙치 2010-07-14 16:54   좋아요 0 | URL
거시적 관점보다는 미시적 관점으로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면 그만인 거 같아요.ㅎㅎ
저....여자에요.^^;;

바루보기 2010-08-25 0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방금 굿윌헌팅을 봣ㅆ습니다. 술과함께.....나름 감동을 받아서리... 저는 아버지에게 항상 뚜드려 맏고 억압받아서인지 멧ㄷㅔ이먼에 여자친구에게 하소연 하듯 소리치는 장면에서 많이 울었습니다. 서러워서 ........그냥 마음의 위로가 되엇어요.그리고 윌리엄스에 니 잘못이 아니란 말에 항상 억눌러 왔던 마음ㅇㅣ 위로 받는것 갇아 펑펑울었네요....
저는 항상 외로웠나봐요.....ㅡㅜ 몰랐는데 암튼 감사합니다 님의 감상평을 읽으닠ㅋㅋ

넙치 2010-08-26 02:06   좋아요 0 | URL
단지 영화일 뿐이지만 영화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때로는 있는 거 같아요. 감동 속에서 감동의 실체를 들여다보면서 외로운 시간들이 조금씩 채워지기도 하고 잊혀지는 거 같아요.영화를 보는 이유이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