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자전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김대우 감독 영화라고 해서 무조건 보기로했다. 각본을 쓴 <스캔들>, 각본을 쓰고 감독을 한 <음란서생>을 보면서 진부한 소재에 대한 다른 해석이 흥미로웠다. <천일의 앤>이 핸리 8세의 관점이 아니라 앤의 관점에서 본 튜더스이야기고 요즘 케이블에서 상영중인 <튜더스> 역시 헨리8세 시대를 다루고 있지만 야사이다. 튜더스 첫 회때 보고는 안 보고 있지만;; 리처드 버튼이 연기한 헨리8세와는 다른 아주 야한 야사다. 이렇게 따지면 우리한테 너무나 익숙한 야사인 <장희빈>이 있다. 숙종 시대에 숙종이 주인공이 아니라 장희빈이 바라본 숙종시대이다. 그러나 장희빈이 관점의 미덕을 벗어난지 오래다. 드라마 단골 소재로 한결같은 해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음모, 권모술수. 이런 점에서 <방자전>은 시놉만 듣고도 극장에 가는 수고를 즐겁게 했다.  

방자전을 보면서 아무래도 <음란서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 구조가 너무나 닮아있다. 통속소설을 모티브로 한 거며 실내 공간에서 빛을 사용하는 방법은 거의 흡사하다. 인물이 들어있는 실내에 창호지로 들어오는 빛은 마치 고딕 성당 스테인드 글래스에서 빛이 비추는 것처럼 이국적이고 황홀하다. 인물들이 입는 한복은 전통의상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유행하는 패션처럼 낯설고 영화의 비틀기 관점과 잘 맞물린다. 이야기도 조금 각도를 벗어나고 의상도 각도를 벗어나 현대화한다.  

프랑스 영화학교를 나왔다는 감독의 이력을 보는 순간 아, 하면서 모든 실마리가 풀린다고나 할까. 프랑스 왕실이나 영국 왕실 이야기를 다룬 미장센 화려한 사극을 한복으로 치환해서 표현하고자하는 의도가 있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인물들의 옷은 물론 화장법이나 액서서리 모두 눈을 두리번거리게 할 정도로 이국적인데 그 기원이 한국적이지만 낯선 것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 주막집 역시 국적 불명이다. 붉은 등이나 노란 등은 중국영화나 일본식 바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영화가 시각예술이니, 감독들이 CG나 대형 액션 씬에 대한 로망이 있는 것처럼 김대우 감독 역시 한국적 복장과 공간을 스펙터클화 하는데 로망이 있는 거 같다.  

이런 미장센이나 스펙터클을 만들어내는 데 감독은 꽤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이야기 측면에서는 어떨까. 항상 그의 영화를 보면 2% 부족한 느낌으로 극장을 나선다. 좋기는 하지만 고개가 갸우뚱 기운다. <방자전>이 춘향전의 탄생비화를 다룬다는 설정과 이몽룡과 춘향의 러브 라인 아닌 춘향과 방자의 러브 라인을 다룬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춘향은 전통적 여인상이 아니라 사랑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심지어 이용하는 여인이다. 정이현의 소설에 등장하는 여주인공들처럼 교활하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까지다. 영화라는 게 이런 간단한 이야기를 두 시간 가까이 펼쳐가야 하니까 간단한 이야기를 늘려야 하는데 각 인물들이 좀 입체적이지 못한채 입담으로 해결하는 경향이 있다. 잘나가는 통속소설가(공형진)은 방자의 이야기를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고 월매는 매력적인데 별 비중이 없었다. 그 중 살아있는 조연은 향단이와 변학도다. 변학도의 개성이 영화를 살렸다. 변학도처럼 개성있게 월매를 이용했더라면..관객으로서 아쉽다. 쩝. 캐릭터 열전 대신에 감독이 택한 노선은 베드신이다. 베드신이 한국영화치고는 세긴 센데 문제는 전체 흐름과 별 관련없이 길다. 여자들이 보기에는 좀 지루하다. 조여정의 노출이 화두인데 여자 관객들이 조여정 가슴을 보고 두근거릴 것도 아니고 그녀의 군살없는 뒷태에 침흘릴 것도 아니지 참 지루했다.

이렇게 말이 길어지는 거 보면 난 김대우 감독 영화들에 확실히 애정을 가지고 있다. 감독은 알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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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06-13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캔들>의 각본도 김대우로군요. 저는 지금까지 <황진이>, <라디오데이즈>의 김현정 작가로만 알고 있었어요. 넙치님의 글을 읽으니 <스캔들>의 그 화려한 미장센이 이제서야 이해가 되어요.

넙치 2010-06-15 18:49   좋아요 0 | URL
황진이, 라디오데이즈랑은 조금 느낌으로 제겐 다가와요.
스캔들이야 원작이 프랑스 소설 위험한 관계니 기본설정은 소설에서 차용하고 미장센만 바꾼거니 제가 그렇게 느꼈을수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