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시로
나쓰메 소세키 지음, 최재철 옮김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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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마음>을 들고 교토를 찾았다가 돌아와서 <산시로>를 주문했다. 몇 몇 지인들과 전화로 안부 인사를 주고 받으면서 어떻게 지내냐는 서로의 물음에 "뭐, 똑같지"라고 대답이 정해져있다. 소세키의 주인공들처럼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지켜보면서 적응하려고 바등거린다. 소세키의 소설 주인공들은 대체로 비슷한데 그래서 좋다. 현실같아서. 

시골뜨기 산시로는 대학과 도시, 그리고 시골 사람들과는 다른 가치관을 지닌 사람을 만나면서 강의필기나 열심히하고 그 외에는 아무 일도 안 한다. 미네코한테 반해 용기내서 어설픈 고백을 해보기도 하지만 도전이나 패기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용건이 있어 다른 사람과 만난 약속 따윌 할때에는 상대방이 어떻게 나올까만을 상상한다. 자기가 이런 얼굴을 하고 이런 말을 이런 목소리로 말해주겠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면담이 끝나면 뒤에 꼭 그걸 생각한다. 그리곤 후회한다." 산시로는 이런 인물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덜 성숙했을 수도 있지만 성숙한 히로타 선생도 산시로와 비슷하다. 차이라면 히로타 선생은 자의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세속을 초월해서 태평하다. 근대 이전의 인물한테서 느꼈을 여유와 느긋함을 선사한다. 히로타 선생은 현대인의 가치관으로는 밥 값 못하는 인간유형인데 현대인은 밥 값을 하느라 많은 걸 포기하라고 교육받는, 사실은 가엾은 존재들이다. 소세키의 인물들한테 얻는 위안은 가끔 밥 값을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 때다. 삶이 이렇게 느긋해도 되나..하는 조바심이 날 때 소세키 인물들은 뭘 그렇게 조바심치나, 하고 속삭인다. 논문을 발표하지 않는 것도, 사랑을 놓친 것도 다 부질없으니 볕 좋을 때, 차나 한 잔 하지 그러나..한다. 좌충우돌 인물 요지로를 보게나..의욕은 앞서고 계획은 원대하나 뭐 하나 이루는 거 없는데 뭐가 부럽나?  

몸도 마음도 격하게 흐물거리는 한 주를 보내고 있는데 산시로한테 위안받으며 차나 한 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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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05-18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놓치고 있다가 이제서야 봤네요. '지난 주 마음을 들고 교토를 찾았다가'하는 첫줄을 읽으면서 교토의 어디어디를 다녀오셨는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마음'의 배경은 가마쿠라인데 거기 소세키 문학관이 있거든요. 탁트인 앞마당 끝으로 선생님과 '나'가 만나던 해변이 보이는 곳이었어요. 다녀오셨으면 좋았을텐데요.

넙치 2010-05-19 12:42   좋아요 0 | URL
가마쿠라가 교토에서 가까운 곳인가요??? 도쿄에서 가까운 곳이 아니구요??
제가 일본말에 까막눈인데다 거의 처음이라 교토는 일반적 루트를 따라 다녀왔어요. 근교까지는 엄두도 못내구요. 소세키 소설을 읽으면 도쿄도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