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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의 시선 - 예견하는 신화, 질주하는 과학, 성찰하는 철학
김용석 지음 / 푸른숲 / 2010년 1월
평점 :
철학, 과학, 예술은 계몽주의 이전에는 원래 한 몸이었다. 예술과 과학은 모두 인간 활동의 산물이고 예술과 과학에 대한 성찰은 필요하니 철학은 필수였다. 요즘은 과학어와 예술어 철학어가 분리돼서 서로를 이질감 담긴 시선으로 바라보고 한계에 부딪친다.
따라서 이 책 구성의 시도는 크로스 스터디. 아주 흥미롭고 바람직하다. 신화를 준거 틀로 삼아 과학, 예술, 철학을 논하려고 한다. 그런데 요즘 과학과 예술과 철학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았다. 일반인이 보기에 이 책은 너무 생략이 많아 내용이 쉽게 전달되지 않고 전문가가 보기에는 난삽하고 논지도 없고 일관성도 없는 에세이로 보인다.
게다가 신화라는 게 까다롭다. 어렸을 때부터 들어서 익숙하면서도 파고들면 무궁무진한 이면을 담고 있다. 신화가 여러 장르의 분석의 틀로 종종 사용되는 이유도 해석의 여지가 많기 때문인데 그만큼 신화는 복잡한 텍스트다. 그런데 이런 복잡한 데에 다시 복잡한 과학과 철학을 끼워 넣었다. 독서를 하는데 여정을 마치기 위해 오딧세우스한테 필요한 인내와 의지를 요구한다. 이 인내와 의지가 즐거운 게 아니라 계속 미궁을 헤매서 지치게 한다.
이 책의 최대 문제는 독자층을 정확히 설정하는 데 실패한 데 있다. 에세이란 트를 택한 건 전공자보다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했을 거다. 그렇다면 저자의 필력이나 지식을 뽐내기 보다는 저자의 필력이나 지식이 조금 감춰질지라도 문장과 문장 사이가 친절해야 했는데, 아쉽다. 많이 아는 것과 잘 전달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