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일본학>을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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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일본학
기타노 다케시 지음, 김영희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일본의 상황을 잘 모를 뿐 아니라 기타노 다케시의 발언 수위를 감지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 글은 뜨악하다. 가령 건강보험 폐지, 노인은 버려도 된다는 말 이면에 담긴 뜻을 헤아리기 쉽지 않다. 노인복지에 대한 모범으로 일본의 상황을 우리는 주로 보고 들어왔는데 이 무슨 인정머리없는 발언인가. 더불어 고령화 사회의 문제점을 짐작'만'할 수 있다. 이런 지엽적 문제 제기들은 현재 일본에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면 왜곡할 수 있겠다. 신해철식 발언이 미국인이나 일본인들에게 뜨악한 경우와 마찬가지일테니까. 그가 풀어 놓는 이야기를 개그와 진실을 구별하려면 다케시의 화법을 최소한이라도 알아두는 게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한국을 교집합으로 묶을 수 있는 공통된 문제제기들이 있다. 미국이란 오야붕으로 받들어 세계에서 야쿠자 조직원 노릇을 하는 꼴, 은둔형 외톨이의 출현, IT혁명의 진실 등등. 논리의 비약이 낄낄거리게 만든다. 자기 방을 갖기 시작하면서 은둔형 외톨이가 생겼다는 논리를 진지한 관점에서 보면 억지스럽지만 코미디란 렌즈를 통해 보면 기발하다. IT 혁명에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IT 혁명이란 것도, 적당히들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일상생활에 무슨 큰 변화가 있었냐 하면, 휴대전화가 폭발적으로 보급됐다는 것 정도이다.....지하철을 타면 어린 애들이 기관총을 쏘듯이 휴대전화로 문자를 치고 있다. 모두 메일을 보내거나 인터넷에 접속해 정보를 검색하고 있다" 아-멘!
한국의 퇴근길 지하철 풍경을 보면 야릇한 생기가 넘친다. 대부분 귀에 이어폰을 끼고 한 손으로는 휴대폰이나 디엠비를 들고있다. TV를 보면서 혼자 히죽거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또 엠피3로 음악을 듣고 있는데 옆 사람에게 다 들릴 정도다. 피곤한 표정으로 조는 사람이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줄었다. 혁명은 혁명이다. 최신형 기기 이용자들은 대부분 수동적 정보 섭취자가 돼버렸다. 뇌세포를 성찰이나 숙고에 내줄 필요도 못 느낀다. IT발달은 온 국민을 점점 더 즉흥적으로 이끌고 참을성은 구식형 인간에게나 찾아 볼 수 있다고 한다. 매일 쏟아지는 업그레이드된 기기들은 숙고하면 늦는다고 광고한다. 최신형 기기사용자가 진화된 인간이라면 우리는 정말 혁명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최신형은 조급함만 불러온다. 성찰의 미덕은 사라지고.
덧. 관점에 따라서 별 다섯 개도 가능한 책이다. 내가 별 세 개를 준 이유는 지나치게 지엽적이기 때문이다. 다케시가 다룬 내용도 그렇고 다케시의 유머도 그렇다. 다케시의 유머를 즐기거나 일본을 잘 알고 있다면 통쾌한 글일 수 있다.
또 덧. 씨네21에서 내놓은 책은 내 돈 주고 사기 아까운 책들이 대부분이다. 책은 잡지가 아니거늘 책으로 묶으면 볼 품 없는 책들만 만든다. 장사가 되니까 그렇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