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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탕달 연애론 에세이 Love
스탕달 지음, 이동진 옮김 / 해누리 / 2006년 9월
평점 :
이제 커밍 아웃하는거야?,하는 말을 농담 삼아 친구한테 듣는다. 수다 삼매경에 빠질 때, 나는 고백한다. 난 무늬만 여자고 남자인 거 같다고. 수 년 전에 한 점쟁이도 이런 말을 했다. 여성스러운 외모와 달리 남성적 기질이 강해서 이성male을 돌처럼 본다고. (아, 난 이성을 보석처럼 보고 싶다구!) 그렇다고 동성에 대한 취향이 남다르거나 한 게 아니라 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가치관이 이성적이다. 이성sense이란 말을 남성과 결부시키고 있는 게 전근대적이라고 비판받을 수 있겠다. 그러나 남성의 특징으로서 이성을 말하는 게 아니라 제인 오스틴이 사용한 정의, 감성sensibility에 대한 대항어쯤으로 사용하고 있는 거다.
감성보다는 이성이 내 삶 전반을 지배하고 있고 연애관 내지는 애정관 역시 마찬가지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런 것 같다. 운명적 사랑이란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나 존재하고 사랑의 끝은 결혼이고 사랑의 완성은 이별이란 공식을 줄줄이 댄다. 이유는? 연애에 관한 책만 읽고 연애를 하지 않아서가 아닐까, 싶다. 그럼 왜 연애를 하지 않는가 내지는 못하는가? 스탕달마저도 열정이 없어서라고 말한다. 연애 뿐 아니라 다른 일에도 열정의 이름으로 몸과 마음을 불사르는 일이 좀처럼 없다. 나를 비롯해서 연애를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바로 '열정'이다. 열정이야말로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전제조건이다.
스탕달의 통찰력은 예리해서 글을 읽다보면 스탕달에게 애정이 샘 솟는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원조격이 되겠다. 아울러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등등에서 공감하고 밑줄 그었던 말들이 되풀이된다. 특히 스탕달의 미덕은 생물학적 개체의 특성을 인정하고 남성적 관점에서 연애의 심리상태를 서술한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XY염색체를 가진 남성들은 이런 책을 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남성의 심리를 서술한 에세이도 여성의 전유물이되어 남성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결국 여성들만 이해심이 깊어지는 결과로 이어지겠다.
유감스러운 건 그 어느 책도 열정을 배양하는 법에 대해 말하진 않는다. 사랑을 하지 못하는 건 열정이 부족해서라고만 모두 말한다. 참으로 난감하다. 열정을 전제로 사랑의 현상에 대해서만 말하니 말이다. 열정 없는 사람은, 사랑으로 다가가기 위한 걸음을 떼기 전에 열정을 충전해야 하는데...그게 어려우니 그저 구경이나 계속할 수 밖에...쩝. 지침이 있긴하다. 여자가 한 눈에 남자에게 반하기 위해서 해야할 행동 강령은 의심과 경계를 풀어야한단다! 지루함에 지쳐 무슨 일이 일어나기만을 바라는 상태가 되면 한 눈에 반하는 사랑을 할 수 있다는데..이거 왠만큼 순수하지 않으면 실행하기 힘든 최면치료니..난 뭐냐. 계속 사랑에 빠지지않는 주문만을 외우고 있고나..
덧. 표지가 삼류스럽다. 내용은 인간 내면의 진리를 말하는 책인데 표지를 보면 사고 싶은 생각을 빼앗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