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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광우병을 말하다 - 최신 연구로 확인하는 인간광우병의 실체와 운명
유수민 지음 / 지안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과학은 각종 데이터를 근거로 하는 객관적 학문이다. 객관적이란 말은 삼자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는 것이다. 삼자의 입장을 취하는 객관적이란 말 속에는 오류가 포함되어 있다. 바로 맥락, 즉 컨텍스트가 배제될 때가 종종 있다. 피보나치 수열을 예로 들어보자. 토끼 한쌍이 재생산 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따질 때 재생산기에 접어든 토끼들의 변수는 배제된 채 만들어진 공식이다. 피보나치의 수열은 실제 토끼한테는 적용되기 힘들다. 한쌍의 토끼가 새끼를 낳고, 그 새끼들이 또 새끼를 낳는 과정에서 한 마리만 낳을 수도 있고, 또 포식자한테 먹혀 죽을 수도 있고 살아있어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재생산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수치와 실험 데이터를 최우선시하는 과학은 믿을만한 게 틀림없긴 하지만 삼자의 입장에서 밖에 말할 수 없는 운명이다. 이 책은 제목대로 광우병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한국의 국민이라면 광우병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이미 갖고 있어서 이 책이 나온 시점은 늦은감이 있다. 조금 더 전문적 지식, 용어나 광우병의 생성 과정에 대해서 알게 되지만 일반인을 겨냥했다면, 접근 방법에서 효율적이진 않다.

또 저자는 광우병의 발생지와 수치에 초점을 모은다. 당연히 광우병이 처음 발생한 영국을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한다. 마치 영국 쇠고기만이 광우병의 위험에 노출된 것 같은 혼동을 불러올 수 있다. 저자의 말대로, 광우병에 대해 필요이상으로 공포를 느낄 필요는 없지만 광우병의 발병을 영국 소에 한정시키는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건 아마도 많은 실험 자료들이 광우병 발원지인 영국을 중심으로 이루졌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오류일 수 밖에 없을 것도 같다.

마무리 지으면서 광우병에 대해 가장 중요한 건 예방이라고 말한다. SRM을 제거하고 병에 걸린 소는 도축하지 말고 육골분 사료 사용을 금지하고, 라는 상식적으로 우리도 알고 있는 범주다. 나는 저자의 관점이 썩 탐탁치 않다. 

미국산 쇠고기 모두가 광우병 발병 위험이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문제는 도축시 SRM 부위가 정확하게 제거되는 걸 관리하는 데 있다.

제레미 리프킨이 쓴 <육식의 종말>www.aladin.co.kr/shop/wproduct.aspx을 보면, 도축장의 위생 상태 뿐 아니라 도축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비전문성은 상상할 수 있는 것 보다 훨씬 공포스럽다. 숙련되지 않은 히스패닉계 노동자들이 SRM 부위를 구별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위생 상태란 가히 육식에 종말을 고하고 싶을 정도다. 즉 소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미국 축산업이 지닌 구조적 문제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는 잠재적으로 광우병 발병률이 높은 상황이다.

저자는 과학적 관점을 취해 변수로 작용하는 컨텍스를 간과한다. 저자는 일반인도 아는 컨텍스를 정말 모르는가? 일반인보다 더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변수가 포함된 맥락을 무시한 이유는 무엇인가? 저자는 정말 객관적이다. 앞서 말한 대한민국의 국적을 갖고 삼자의 입장에서 책을 썼으니 말이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니 제레미 리프킨의 책을 함께 읽는 게 균형잡힌 시각을 갖는데 도움이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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