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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베개 ㅣ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28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석륜 옮김 / 책세상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산길을 올라가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이지에 치우치면 모가 난다. 감정에 말려들면 낙오하게 된다. 고집을 부리면 외로워진다. 아무튼 인간 세상은 살기 어렵다. 살기 어려운 것이 심해지면, 살기 쉬운 곳으로 옮기고 싶어진다. 어디를 이사해도 살기가 쉽지 않다고 깨달았을 때, 시가 생겨나고 그림이 태어난다." 란 문장들로 이 책은 시작한다.
소설의 형식을 갖추고는 있지만 소세키의 다른 작품들처럼 서사는 중요하지 않다. 책을 여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예술의 필요성에 대한 산문이다. 소세키의 작품은 질리거나 식상하지 않다. 그의 문장 속에 담긴 통찰력 덕분이다. 소세키의 글을 통해 일본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 보았고 일본의 지리와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낯선 문화권의 영화든 문학이든, 소위 문화산물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을 이해하려면 그곳에 가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에 끼는 짙은 안개를 보면 그들의 수묵화의 정체를 알 수 있듯이 일본의 온천문화를 모르면 이 글은 가슴으로 느끼기 쉽지 않은 것 같다. 언젠가 소세키의 문장들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일본의 온천으로 갈 때 풀베개와 함께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