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오늘은 <영자>의 전성시대~김훈의 신작 <영자>에서 노량진 고시촌에서 9급 보건직 공부하는 영자씨를 만났고, 영화 <국제시장>에서는 파독간호사였던 영자씨를 만났다.나는 국제시장의 영자씨보다소설 속의 영자씨가 살아나갈 세월이 더 아프다. 힘든 일해서 나라를 일으키고 식구들 벌어먹이는 보람도 없이, 9급 공무원 되기 위해 쓸데도 없는 공부를 해야하는 영자씨가 더 안됐다. 우리 아이들 세대에는 `영자`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들이 없듯이, 저 두명의 `영자`처럼 살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
나 스스로 소설 좀 읽었다고 생각하지만여기 읽은게 하루끼 작품 겨우 하나이다.역시 외국소설은 별로 안읽는다는 증거 ㅋㅋ그 외의 모든 작품은 소장하고 있으나 읽지 않은 것들이고,쿤테라 작품은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 읽어봄직한 책들이니 원작을 먼저 읽어보고 두 남자의 대화를 읽는게 좋겠다는! ^^
난 주로 한국소설을 좋아한다.출판가에서는 한국소설의 몰락이니 어쩌니 해도 난 한국인이 쓴 우리말 소설, 에세이가 좋다. 아마도 그 이유인즉슨 한국인으로 느끼는 정서적 공통점이 있다는 것과, 모국어 문장만의 유려한 편안함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아무래도 외국소설은 번역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비문이나 어색한 문장이 생기고, 지명이나 문화적 배경이 틀려 완벽히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 생겨서 손이 잘 안간다. <빨강머리앤>은 희안하게도 그런 느낌없이 술술술 읽힌다. 이름, 지명 모두 외국어인데도 거부감이 없다. 소설가의 번역본을 읽어본 적이 없는 것도 아닌데, 이 책만큼 편안하진 않았다. 번역, 잘했다는 이야기다! 내용 또한 동네 아줌마들의 종알거리는 간섭과, 앤의 수다로 이루어져 있어서 친밀감이 확 생긴다. 개인주의가 팽배해서 한 아파트에 살아도 옆집을 잘 모르는 현대의 한국사회에 살고 있지만, 100여년전의 캐나다 섬동네 주민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과거의 따뜻한 커뮤니티로 회귀하고 싶은 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