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저자 블라인드를 하고 읽어보라 했어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인지 딱 알만했다. 여성 취향, 재즈와 클래식 음악, 야구팬심, 과거의 기억에 대한 단상등이 <노르웨이 숲>이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매우 비슷한 단편들이었다. 긍정적인 면은 문장이 다소 정돈되었고, 적어놓고 싶은 아포리즘이 꽤 있다는 점.73세 초로의 작가가 30세 스타일로 글을 쓴다는 것이, 젊은감각을 유지해서 좋은 건지 발전없는 퇴행을 해서 별로인 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작가가 편하게 쓰고 싶은 스타일로 쓴 것 같다. 하루키 정도면 그래도 되는 거거등^^
누구에게나 엄마는 꼭 있다. 보통 한 사람이지만, 두 번째 세 번째 엄마가 있는 사람도 있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엄마만큼 영향을 많이 주는 사람은 없다. 이 책은 김미희 작가가 본인의 두 번째 엄마와의 추억을 담아 그린 동화이다. 자신의 아이를 키우면서, 두 번째 엄마가 자기를 키워준 것에 대한 감사함을 더 알게 되었다고 그랬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경험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드라마 <퀸즈 갬빗>에서도 베스는 두 번째 엄마가 죽고 난 후, 외로울 때 엄마의 잠옷을 입고 자는 장면이 나온다. 낳아준 엄마도 큰 의미가 있고, 살면서 엄마로 받아들이게 된 엄마도 큰 의미가 있다. 더 클지도 모른다. 보통 동화에선 새엄마는 못된 엄마로 나오는데, 그렇지 않은 집도 많다. 키워준 애정 잊기 쉬운데, 간직하는 미희씨가 이쁘다.
그간 한참 읽지 못했다. 그래서 일부러 짧은 소설을 골랐다. 편하게 읽어보려고... 그래도 김이설이라 약간 불안하긴 했는데 - 지금까지 김이설의 글은 피와 몰락과 슬픔이 가득한 글이었다. 물론 그녀의 글을 좋아해서 거의 다 읽었지만^^ - 다행히 이 책은 그간의 김이설답지 않게 달달하기까지 했다. 대형마트 휴일인 2주에 한번, 애인과 애인의 작은 방에서 데이트를 하며 계절의 변화를 느끼던 주인공. 시를 쓰고 싶고 등단하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지만 시는 잘 써지지 않고, 얽힌 가족의 무게 때문에 마흔까지 동생 애들을 키우며 그저 집안일만 하게 된다. 현실속에서 아는 친구같은 그녀의 상황은 너무나 이해가 갔고, 그래서인지 헤어졌던 애인과 다시 만나 잘 되는 것 같은 결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약간 일일드라마 같다는 생각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