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소리 태교 - 왕자를 키운 우리 음악
Various Artists 연주 / Kakao Entertainment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제목 그대로 국악 태교 음반이다. 내가 이 음반을 사게 된 것은 여느 때와는 달리 요즘 들어 유난히 국악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93.1에 주파수를 하루 종일 맞춰 놓고 살아도 11시와 5시에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뚱따당" 소리만 들리면 라디오를 꺼버렸는데 매번 라디오까지 가는 것이 귀찮아 계속 듣다보니 국악이 왠지 너무 친근하고 편안한 기분이 들던 참이었다.
(국악에 관한 에피소드 하나. 대학 1학년때 내 친구와 난 어떤 선배에게 이끌려 소위 '전통찻집'이란 곳엘 갔는데 국악이 연신 흘러나왔다. 친구 왈,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이 음반이 뭘까? 이거 사야겠다" "왜? 좋아?" "아니, 잠 안 올 때 들으면 딱일 것 같아서..."--;;;)

오빠와 나는 차를 타고 가다 문득 라디오를 틀었을 때 국악이 나오면 '머피의 법칙'을 연상할 정도로 국악을 싫어했다. 특히 '우리 고유의 것' '한국적인 것'이 과연 무엇인가, 우리에게 그런 전통적인 심성이 과연 남아있기나 한 것일까 늘 의문하는 나로서는 국악이 우리 음악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국악은 내게 죽은 언어인 라틴어마냥 화석화된 음악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그럴 정도였는데 국악에 대한 감수성(까지는 아니더라도) 내지 기호가 언제부터 어떻게 생겨났는지 참 신기한 노릇이다. 어떻든 뭐든지 산모 맘 편한게 아이에게 최고다 믿는 나로서는 쉽게 들을 만한 국악 음반을 찾았고 이 음반과 만났다.

이렇듯 국악이 좋아져서 단순한 생각에 알게 된 음반인데 국악태교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 것은 기대하지 않던 성과였다. 이 음반은 한 국악태교에 관한 라디오 기획 프로그램이 적지 않은 반향을 얻으면서 그 부가물로 만들어진 것인데, 그 프로그램에서 입증한 국악태교의 효과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기는 힘들어도 충분히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최소한 이는 국악태교가 더 낫다는 확증까지는 아니더라도 음악태교에 있어 모차르트 이펙트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히 알려준다. 

몇년전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를 풍미했던 "모차르트 이펙트"에 대한 비판에서부터 국악태교에 대한 연구는 시작된다.

비판 하나, 실상 "모차르트 이펙트" 실험은 태아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 이 실험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했고 음악을 들은 직후의 '반짝' 수학능력의 변화를 검사한 것이었으므로 태아에게, 장기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결론은 과장된 것이라는 비판이다. 이는 언론의 호들갑에는 묻혀 버렸지만 연구자 스스로 인정하는 바다.

비판 둘, 설령 정교한 음악이 태아의 발달을 촉진시킨다고 하더라도 이는 산모가 이 음악을 진정 즐겨야 한다는 전제하에서다. 실제로 어떤 산모는 본인은 드라마를 보면서 헤드폰만 배에다 대고 아이에게 모차르트를 들려줬다고 하는데 이 때 아이는 소음 속에서 불안과 짜증만 겪었을 것이다. 모차르트에 의문을 가지는 이유는 그것이 서양인들의 감수성에는 맞을지 몰라도 클래식 애호인구가 고작 3%밖에 되지 않는 한국에서 과연 적절할까 하는 것이다.

비판 셋, 모차르트 음악이 다 좋은 건 아니다. 음악치료에 관한 한 권위자는 모차르트 음악도 초기 작품이 천재성에 넘칠 뿐이지 그가 병약했던 후기 작품들은 오히려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음악이 인간에게 주는 기의 측면을 따지자면 베토벤이나 비발디, 바흐도 만만찮단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제작자는 한국적인 심성에 맞는 정교한 음악인 국악을 이용한 태교가 우리나라 산모들에게 더 적합하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세웠고 실험상 유효한 결과를 입증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전통태교에서는 "솔바람 소리(자연의 소리)와 예악을 늘 가까이 할 것"이라는 규정이 있는데 국악이 이에 합당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음파상으로 자연의 소리인 1/f의 음파를 견지하고 있는 음악이 인간에게 가장 좋은데 모차르트보다도 국악이 더욱 이 음파에 가깝다는 근거 때문이다.

하지만 국악 역시 좋아하지 않는 산모라면 이 또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국악을 들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본인이 평소에 좋아하는 음악, 그것이 트로트이든 가요이든, 그것을 듣고 좋은 기분을 느끼는 것이 음악태교의 기본이라고 하니까. 음악과 태아의 심장박동수의 변화에 대한 상관관계는 확실하지만 어떤 특정분야의 음악이 가장 좋다는 것에 대한 결과가 나온 바는 없다고 결론 지은 연구 또한 있다. 요즘 산모들은 음악에 따른 산모의 긍정적인 기분과 신체의 변화가 태아에게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믿고 본인이 즐기는 음악을 찾는 경향이 많은 것 같아 자연스러운 자신의 힘을 믿는 여성들의 모습이 괜시리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음악태교의 영향에 관한 에피소드 한 가지. 남편과 가게를 하는 내 친구는 임신 내내 거리의 리어카 장수가 틀어대는 트로트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 아이가 트로트만 나오면 좋아서 춤을 춘단다. 아이가 트로트에 맞춰 춤을 추든 클래식을 맞춰 춤을 추든 즐거워하면 그 뿐, 뭐 어떤가)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4-09-13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냐 2004-09-13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다양성을 인정하는 유연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두 국악을 별로 들어보지 못했지만, 님의 리뷰는 좋습니다. 추천합니다. ^^

superfrog 2004-09-14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꼼꼼한 리뷰에 추천 한 방..^^

2004-09-20 2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