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tarsta > 도시락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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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스타님의 글과 그림을 보니 내가 받은 엄마의 사랑이 가슴을 친다. 타스타님 그림에서는 반찬이 골고루 들어간 도시락과 도시락 편지도 인상적이지만 가장 감동적인 것은 '작게 자른 김치'다. 우리 엄마도 그렇게 김치를 먹기 좋게 잘게 잘라 주셨지...
내 도시락의 반찬들은 서로 섞이거나 국물이 흐르는 법이 없었다. 김치는 물을 빼 조그맣게 잘라져 있었고 깻잎 장아찌의 경우 서로 붙어 젓가락으로 일일이 떼어 먹기 귀찮은 것을 엄마는 도시락을 쌀 때부터 미리 하나씩 돌돌 말아 집어먹기만 하면 되게 담아 주셨다. 반찬이 여느 때에 비해 조금 부실할라치면 늘 밥 위에는 계란 프라이 하나가 얹어 있었다.
엄마는 아들보다 딸 도시락이, 여자애들이 그런 것에 민감하니까 더 신경 쓰인다며 늘 도시락을 보기 좋게 먹기 좋게 정성을 다해 싸주셨다. 초등학교는 급식 시범학교여서 당시에도 급식을 했는데 난 급식이 맛이 없고 음식이 부실하고 또 실제로 급식을 한 달 먹어봤더니 체중도 줄어서 초중고 내내 도시락을 싸서 다녔다. 사먹는 음식을 싫어하시는 아빠의 도시락까지, 엄마는 매일 아침 최고 5개 정도의 도시락을 싼 적도 있었던 것 같다. 친구들 말을 듣고 "엄마는 다른 엄마들처럼 도시락 싸기가 귀찮거나 힘들지 않아요?"라고 물어보아도 엄마는 단 한 번도 그렇다고 말씀하신 적이 없다.
고3 때는 따뜻한 밥 먹으라고 저녁 도시락을 저녁 시간에 맞춰 따로 싸서 배달해 주시기도 했었다. 수능시험날 뜻밖의 도시락 편지는 내게 얼마나 큰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던가. 시험날 교문에 엿을 붙이고 절에서 교회에서 기도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이 학벌 중심 사회에서의 비뚤어진 모정의 표현 방식이라 하더라도 내 어머니 개인에게 그런 비판을 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자식과 남편밖에 모르고 오직 희생하며 살아오신 엄마는 내 인생의 모델은 아니더라도 그 진정한 사랑 만큼은 나도 어찌할 수 없다.(자식들 크고 나서 괜시리 집착하지 않으시는 걸 보면 더욱) 과외 공부는 시켜 주지 못했어도 엄마는 엄마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서 날 도와주신 것이다. 병치레는 없어도 천하장사 체질은 아닌 나의 건강을 위해 엄마가 얼마나 애쓰셨을까.
그 때 난 이러한 엄마의 정성을 미처 알아채지도 못했고 지금과 같이 사무치는 고마움도 느끼지 못했다. 이제서야 이렇게 반추할 수 있을 뿐. 부모님의 사랑은 그렇게 늦게 깨닫게 되어 가슴을 뒤흔드는 것인가 보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 사랑을 엄마에게 그대로 갚지는 못할 것 같다. 내 가족과 이웃들에게 대신 갚아 나갈 수만 있어도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