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기를 변명하고 싶은데도, 부당한 취급을 받았는데도, 침묵을 지킨 적이 있는가. 우리는 아무런 보상도 못받고 남들은 오히려 나의 침묵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는데도 남을 용서해준 적이 있는가... 우리는 아무런 감사도 인정도 받지 못하면서, 내적인 만족마저 못느끼면서도, 희생을 한 적이 있는가. 우리는 전적으로 고독해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순전히 양심의 내적인 명령에 따라, 아무에게도 말 못할, 아무에게도 이해 못 시킬 결단을, 완전히 혼자서, 아무도 나를 대신해줄 수 없음을 알면서, 자신이 영영 책임져야 할 결단일 줄 알면서 내린 적이 있는가... 의무를 행하면 자기자신을 참으로 거역하고 말살한다는 안타까움을 어찌할 수 없는데도, 아무도 고마와하지 않는 기막힌 바보짓을 않고서는 할 수 없을 것 같은데도, 의무를 행한 적이 있는가. 우리는 아무런 감사도 이해도 메아리치지 않고, 자기자신을 <몰아적>이라든가 떳떳하다든가 하는 느낌의 갚음도 없이 누구에게 친절을 베푼 적이 있는가... 그것은 곧 영원의 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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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무늬 2004-04-13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근히 몇 번을 읽고 또 읽게 되고,
뭔가 마음 깊이 울여오는데
그것에 대해서 뭐라고 끄적거릴 수 없는 공명이 있습니다.
칼라너의 사상에 대해서 빨려드는 매력을 느끼게 하는군요.

아라비스 2004-04-20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얇은 책이예요. 내용이 좋아 워드로 옮길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라너 책 중 가장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단 이유로 몇 년 전 읽었을 때는 위 문구 외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는데 그의 사상의 맥락을 훑고 있는 지금, 그가 어떤 지평에서 이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으니 더욱 진한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꼬옥~ 사서 보시면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