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월요일 아버님이 하늘로 돌아가시고
경황 없는 손놀림, 마음으로 허둥허둥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남한산성 옹성 근처 나즈막한 양지쪽에 아버님을 모시고 뒤돌아서는데
잔가지를 적시는 가을비가 어깨를 두드려 속으로 삼키는 눈물을 감출 수 있었습니다.
평안히 주무십시요. 평안히 주무십시요.
수없이 되뇌어보지만 공허한 울림만 가슴을 헤집고 다녀
눈물만 하염없이 흘렀습니다.
많은 지인들이 위로하고, 가시는 길을 부축해 주셔서
경황 없이 치르는 일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을 잡을 수 있을때가 되면
다시 인사 드리겠습니다.
날이 많이 찹니다.
건강에 유의 하시고 날마다 좋은날 되시길 빕니다.
======================================== 홍화씨의 편지 2004. 11. 15
벌써 넉달이 지났습니다.
홍화씨의 부친께서 세상을 달리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포천을 다녀온지도.
이곳에서 포천을 가려면 버스와 전철을 다섯 번 정도 갈아 타야 하더군요.
몇 시간이 걸리든 몇 번을 갈아 타든 상관은 없지만
진흙탕 같은 서울을 거처야 한다는게 큰 곤혹이었습니다.
쾌쾌하고 매스꺼운 그곳을 지나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초췌하기만 한 홍화씨가 멍하니 서 계셨습니다.
아비 같던 그가
우리에겐 꼭 그러하던 사람이
당신의 아비를 떠나 보내는 심정은 어떠할까.
그날 이후
자꾸만 나의 아버지 얼굴을 힐끔 거리게 됩니다.
그리 커 보이던 사람이 한해 한해 작아져만 갑니다.
그 많던 머리숱도 모두 어디로 간 것인지
왜 이리 새까맣고 마르셨는지
점점 농사일이 힘에 겨우시다 하십니다.